개콘이 잠정적으로 마지막 촬영일이 확정됐고 곧 폐지된다는 기사가 나왔다.
[단독]‘개콘’, 21년 만에 폐지 수순… JTBC는 서수민標 개그프로 신설(링크)
그러나 머지않아 공식 입장으로 폐지는 사실무근이라는 기사가 같이 나왔다.
21년 역사의 ‘개콘’ 폐지되나…KBS “결정된 바 없다”(링크)
이 일련의 상황을 겪고 가짜뉴스의 메커니즘을 얼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게 됐다. 따라서 외람되지만 개인적으로 깨달은 바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가짜뉴스는 대중이나 그것에 속은 특정 일부 사람들의 인지세계에 따라서 확산 여부가 결정된다. ‘이렇게 됐으면 좋겠어!’라고 강하게 마음 먹는 사람들이 그들의 생각대로 됐다는 기사를 읽으면 그 순간 가짜뉴스에 넘어가는 것이다.
‘거 봐, 내 말이 맞지?’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하는, 철썩같이 믿고 싶게 생긴 기사에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장치는 거의 필요 없다. 특정하지 않은 언론사 이름, 기사 형태, 그 외 외형적 패턴 등 그럴 듯한 양식만 꾸며 놓으면 앞서 쓴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실 확인은 생략된다. 이 사람들은 이윽고 마땅히 일어났어야 할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곧장 적극적으로 해당 기사를 민간에 널리 퍼뜨리기에 나선다.
여기에 자신의 소망대로, 나아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대로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은 그것의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세상을 움직였다는 믿음을 주어 자의식을 견고하게 만든다. “어땡? 내 말대로 됐징? 나 천재징?” 이 믿음은 외부의 어떤 비판과 공격에도 끄떡없는 배리어가 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홀로 있다면 확산되는 데 곧 한계에 부딪히겠지만, 똑같이 믿었던 사람이 여러 사람 있었다면 똑같은 자의식의 배리어를 놓고 똑같은 자신감을 얻어 똑같이 적극적인 자세로 해당 기사를 널리 퍼뜨린다. 여러 사람이 전래하는 동일한 내용은 그것의 사실여부에 상관없이 공신력을 갖는다. 세 사람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고….
후일 다른 자료를 통해 그것이 가짜뉴스였음이 드러나더라도, 초기 전파자는 견고한 자의식의 배리어에 흠집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후에 속아서 퍼뜨린 전파자 또한 ‘이 분변을 잘 가려내고 이성적이며 침착한 내가 그까짓 주작에 속아넘어갔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어서 그것이 가짜뉴스였고 또 가짜뉴스를 전파했다는 사실을 감추어 다른 사람들이 사실을 알 수 없게 한다.
파훼법은 무척 지루하고 귀찮지만 결국 하나의 원리 같은데, ‘설사 이게 내가 생각하는 인과응보의 결과라고 할지라도 그게 진짜 일어났는지 아닌지 다른 방법으로 확인해 보고 나서 판단하기’이다.
사건이 일어났다면 현장을 본 사람이 있고 관계자도 현장을 확인하러 갈 것이며, 모든 집단은 기본적으로 언론 대응용 오피셜 마이크가 있다.
예컨대 해경만 해도 경찰서 경무과에 정책홍보실과 민원실을 따로 설치한다. 설사 없더라도 담당자가 1명은 존재한다. 그 외에도 사실 확인을 해 줄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사람은 여럿이 있다. 이들의 발언 해명을 모아서 같은 이야기가 되는지 아닌지가 그 사건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접근법은, 사건 관계자나 목격자가 아닌 사람의 기사를 읽었을 경우 그 기사가 쓰고 있는 증거물이 믿을 수 있는 증거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예컨대 허경영의 부시 대통령 만찬 사진으로 허경영과 부시가 만나 유엔본부를 판문점으로 옮긴다는 의견을 교환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면, 해당 연회가 어떤 성격의 연회였고 어떻게 해야 참석할 수 있는지, 찍었던 사진에 조작이나 합성의 가능성은 없는지, 현장에서 그런 말을 했다고 보도한 자료를 만든 통신사가 실제로 그런 보도를 했거나 거기서 쓴 양식과 리포터를 써서 보도하고 있는지 확인하면, 여기까지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참고로 이것은 그알싶 허경영편 1부에서 직접 소개한 방법이다. 시간이 있다면 어떻게 이것을 검증하고 사실여부를 판정하는지 봤으면 한다.
735회 SBS 그것이 알고싶다: 신드롬 뒤에 숨겨진 진실, 허경영은 누구인가?(VOD 링크)
여기까지 쓴 방법을 보면 느낄 수 있다. 매우 길고 귀찮고 지루하고 번거롭다. 솔직히 나도 그렇지 않다고 말 못한다. 그러나 진실에 다가가고 조금이라도 옳은 의사판단을 하고 조금이라도 나와 나 말고 다른 사람, 더 나아가 내가 소속된 내 세계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혹시 다른 방법이 있으면 손이 발이 되고 닳고 녹아 없어지도록 빌면서 가져오고 싶다.
여기까지 소개한, 가짜뉴스의 전파 과정과 그 과정에 안 넘어가는 파훼법을 정리해서 적어 봤다. 난 무척 아르키메데스가 어떻게 순금이랑 합금을 가려낼 지 찾은 것과 같은 대발견인 것처럼 썼지만 사실은 내가 처음 발견한 게 아닐 것이라고 믿고, 오래 전부터 다른 분들이 찾아 퍼뜨리고자 노력했던 무척 케케묵은 방법이 아닐까 하고 의심해 본다. 그럼에도 이걸 굳이 이 자리를 빌려 쓰는 것은
- 나 스스로 가짜뉴스에 당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할지 복기해 보기 위함이고,
- 또 사실은 누구든지 가짜뉴스에 속아넘어갈 수 있으니 속았다고 너무 상처받지 말고,
- 그것보다는 속았을 때 어떻게 이걸 수습하고,
- 또 앞으로 어떻게 안 속을 수 있는지 대비해서 다음부터 안 넘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공개적으로 남기는 것이다.
무척 권위 있고 카리스마 있고 신뢰를 주는 사람들도 사실은 아주 간단한 가짜뉴스와 미끼에 걸려넘어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보면서 든 생각이다. “몸은 작아졌어도 두뇌는 그대로,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는 명탐정 코난의 명대사가 사실은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는 우리 모두의 것일지도 모른다. 가짜뉴스는 파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