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지방을 해치는 서울의 SOC 사업

노들 영산

지방이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지방을 해치는 서울의 SOC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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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방을 위한 서울의 SOC 사업의 스핀오프로 기획된 포스트입니다.

경부고속도로와 옛 경부고속도로 구간의 거의 전 구간을 혼자 가진 서초구에서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과 병행하여 추진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바로 반포동의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을 염곡동 등지로 이전하는 터미널 이전 사업이죠. 간단하게 서초구청의 사업의도를 요약하자면 ‘현재 자리에 있는 고속터미널은 서초구 중심가의 교통 체증 부담과 환경 관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서초구는 물론 서울에서도 외곽인 지역으로 옮겨 서초구의 환경 개선과 교통 상황 개선을 꾀한다’정도 되겠습니다. 이건 앞 포스트에서 소개한 수색에서 금천구청까지의 복선철도 증설 문제와 정반대 성격의 토목사업입니다. 바로 서초구 하나 좋자고 200여곳 이상의 나머지 시군구에게 불편을 주는 정책입니다.

이것도 지도로 보여 드리면 한눈에 파악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서초구에서 지금 자리 대신 고텀을 옮길 자리로 제시한 염곡동이 가장 가까운 역이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인데요, 전철 노선도랑 실제 청계산입구역 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초구에서 제시한 대안이 이것만 있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으나, 예시로 든 해당 위치로 이전하게 되면 쾌재 부를 분들은 대략 서초·강남구 남부지역 사람들이랑 판교 말고는 글쎄요…그리고 여기서 연계되는 전철노선이 신분당선뿐인데요, 이것은 서울까지 마저 들어오려면 바가지 쓰고 들어오라는 것이고요, 강남대로와 용산 말고는 무조건 환승을 강제한다는 의미입니다. 신분당선은 운임이 비싸고 환승 적용도 제한적이거든요.

만약, 고속터미널 이전 대안 계획 내놓았을 때 지금 청계산입구역 있는 것 보고 ‘어이쿠 전철노선이 있는 데 아냐? 개꿀이네~’라고 냉큼 핀 꽂은 거라면, 그 사람은 정말 안이하고 생각 짧고 전철 안 타신다는 결론을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난 정말로 저 짓거리를 하면 설사 내가 서초구민일지라도 뻐큐하고 기차를 타겠지.)

고속터미널로 서울 오가는 지방 사람들이랑 고속터미널 들를 일 많은 서울시민(단, 서초구와 강남구 남부에 사는 분들을 제외)은 이걸 알면 기함하고 호통을 칠 계획인데, 고속터미널이 자기 지역에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영 힘을 못 쓰고 조용히 스멀스멀 서초구청 멋대로 자기 계획 실현하는 걸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같습니다.

수색에서 금천구청까지의 복선철도 증설 문제와 대립구도가 뒤바뀌었음에도 공통점을 빠뜨리지 않고 공유하고 있는데, 그건 바로

  •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서울보다 지방이 앞서서 이 문제에 손을 뻗어야 하는 일’이란 것과,
  • ‘SOC 토목 사업인데 실제로 실시하는 지역과 영향을 받는 지역이 다른 경우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수혜장소와 실행장소가 일치하지 않는 SOC 사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힘을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당장 SRT만 봐도, 그것을 실제로 지은 장소는 서울시랑 경기도지만, 짓고 나서 영업면허가 경부선과 호남선 둘에만 내려온 뒤에야 모든 지방 사람들이 이야기를 꺼내잖아요. 근데 그러면 이미 늦은 거예요. 이런 사업을 뒤져내서 저격을 하는 것도 지방 이익집단과 정치가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고요, 눈에 직접 띄지 않고 직관적이지 않은 부분을 챙기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일 거예요.

또 서울에 퍼다 준다고 이놈부터 외치기 전에, 혹시?🤔 하고 우리 지방의 이익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고민한다면 서울과 지방의 갈등구도에서 주도권을 조금이라도 더 세게 쥘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늘어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