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개통에 맞춰 써 보는 잡설.

경의선 개통에 맞춰 써 보는 잡설.

노들 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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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정확히는 어제)자로 서울역-문산 간의 CDC와 임진강 라이너가 폐지되고 수도권 전철로 통합되었습니다(1호선과 중앙선에 굴리던 그런 전동차를 해당 구간에 투입). 일산 등의 경기도 서북부 지역의 교통망에 도움이 될 노선인지라 반갑긴 하지만,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어 적어봅니다.

ㄱ. DMC역 이후 구간에 대해
DMC역에서 노선을 그냥 끊어버리면 일산 주민들의 민원이 폭주할 거라는 예상을 했는지, 코레일에서는 DMC-가좌-서울역에 이르는 기존 구간을 살려 경의선 운행체계에 집어넣었습니다. 사실 제가 바라던 결과이기도 하고, 경의선 주민들의 수월한 도심 접근을 위해서도 합당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구간의 배차 간격은 평상시 1시간이라는 정줄이 곤륜산으로 날아가는 길이입니다. 이건 1복선으로밖에 나 있지 않은 노선에 수색기지 입출고선이라는 역할까지 떠맡겨져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이것을 복층화 같은 아이디어로 좀 더 지혜롭게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요. 특히 신촌역(지상) 같이 통근/통학 수요도 만만치 않은 곳이 존재할텐데 말이죠.

사실 그것보다도, 해당 구간이 타 노선과 연계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이 이번 포스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까야 할 내용입니다. 지도를 펼쳐 봅시다.





(제목에 신경 쓰지는 맙시다?)

나머지 지역이야 지나가는 노선이 하나도 없어 별로 볼 필요는 없지만, 문제는 바로 이 곳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1호선, 2호선, 4호선, 5호선 이렇게 무려 4개의 전철 노선이 주변을 지나갑니다. 그러나 환승역은 전혀 없고, 역이 근처에 있다고 해도 환승이 전혀 되지 않습니다.

도시철도공사의 일부 노선도에서는 경의선과 충정로역을 바짝 붙여서 환승이 되게 할 것이라는 떡밥을 남기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현재의 경의선은 충정로역과 연계가 되지 않습니다. 주변에는 서소문 고가도 있는데, 이 곳에 있는 서소문 공원 부지를 이용해 2호선과의 환승역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실제로 해당 부지는 과거 서소문역의 자리이기도 했고요). 5호선 충정로역과의 연계도 생각해 볼 수 있고요(충정로역 자체의 환승 거리 때문에 경의선상에 충정로역만을 만들지, 충정로역 이외 새로운 역의 신설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없는 걸 만드는 거야 그렇다고 쳐도, 진짜 문제는 서울역입니다. 코레일 측은 소프트 환승의 선례를 갈비 뜯듯 맛있게 씹어버리고, 경의선 서울역을 현재의 중앙선 청량리역처럼 지하 서울역과는 다른 별도 역으로 갈라 버렸습니다. 저는 이것을 2009년 코레일 최대의 오산이라고 정의내리겠습니다.

환승 거리 문제도 있지만, 그렇다고 도심에서 타 지역으로의 이동을 위해 전철을 계속 이용할 사람은 어쩌라는 걸까요. 분명 경의선의 모든 승객이 서울역에서 멈출 거라는 모노레일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고, 버스로 갈아타라는 해명으로 제 입을 막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하지만 러시아워 타임에는 어쩔거야 도대체.

ㄴ. 용산선을 반드시 지하화해야만 했는가?

원래는 경의선 전체를 일괄 개통하기로 했지만, 마포와 서대문쪽 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해 억지로 가좌-용산 구간을 지하화하기로 하면서 이번 개통이 분리 개통이 되었죠. 그런데 이 지하화 하나 때문에 KR과 코레일 측이 조진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지난 번 가좌-수색 간 지반 침하도 지하화 중에 생긴 일이고, 경의선의 분리 개통도 이 일 때문에 벌어진 일이죠. 그리고 이것 때문에 시내 구간의 연계도 전혀 되지 못하고(2호선 홍대역이 이 구간 안에 있습니다), 앞으로 용산선을 이용한 일반열차의 통행도 힘들어지게 되었고, 화물열차는 몽땅 서울역 쪽으로 보내야 하게 되어 안 그래도 포화 상태인 서울-가좌 간 다이어가 엉망이 되고….


이 문장을 쓰다가 느낀 제 기분이 대략 이렇습니다요.

일단 코레일과 KR 측에서는 용산에 사활을 걸고 있고, 서울역 방향 경의선 선로는 들어내고 터미널화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걸 실행할 수 있으려면 그 전에 용산선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데, 성급히 도시철도만 운행이 가능한 지하 건설로 이것을 벌써부터 망치지는 않았나 싶습니다.

…뭐 이미 지상 용산선은 폐선이 다 끝나고 지하 복층으로 신나게 지어지고 있으니 할 말은 없고요.

대략 경의선을 보면 국토해양부와 한국 철도계가 가진 모순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도로와는 달리 무조권 지하로 쳐묻어버리려고만 하는 철도에 대한 인식, 코레일이 용산에 가지고 있던 오르가즘, 그리고 유신 이후 40년 가까이 멈추지 않는 도징징(한국 로공사+X징징)과 국토부의 사탕발림(+철도의 외면)이 지금의 경의선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건 아닐까요.

저는 레일플러스에서 본 어떤 회원의 이 푸념글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통일되면 경의선은 개나 주고 서울-신의주 8차선 고속도로나 깔겠죠.”

붙임 : 이번 경의선의 개통으로 일산과 영등포 간의 연결이 더 좋아지지 않았나(혹은 않겠나) 싶습니다. 경의선 수색역이나 서울역에서 버스 환승을 하면 서울 시내 버스를 통해 영등포 지역 진입이 가능하고, 나중에 홍대입구에서 환승이 가능해지면 2호선을 통해 영등포 쪽으로 진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특히 중앙대나 숭실대 학생들 중 일산 거주자들은 서울역에서 752번을 타고 통학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어찌보면 영등포 지역 주민들의 인구 분산을 위한 일산이 이제서야 제 구실을 하게 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