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형성의 원리.

노들 영산

한자 형성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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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형성의 원리에 대한 이론은

후한의 허신(許愼)이 편찬한 문자학 문헌

‘설문해자(說文解字)’ 에서 나온 것으로,

현재도 이 원리를 받아들이고 있다.

설문해자에서는 이 원리를

‘문(文)의 단계’ ‘자(字)의 단계’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눈다.

1. 문(文)의 단계

이 단계는 ‘無’ 에서 ‘有’ 를 창조하는 과정으로,

어떤 모양이나 상황을 그려 내거나

기호 등으로 나타내는 것이 이 단계에 해당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한자는

‘상형자(象形字)’ ‘지사자(指事字)’ 라고 일컫는다.

*상형자 : 어떤 물체나 상황을 그려 나타낸 것.

불 화(火), 물 수(水), 사람 인(人), 개 견(犬), 새 조(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각각 불, 물, 사람, 개, 새를 그린 것임.)

*지사자 : 기호 등을 이용하여 위치, 상황 등을 나타낸 것.

한 일(一), 두 이(二), 석 삼(三), 위 상(上), 볼록 철(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 자(字)의 단계

위의 문(文)의 단계를 거쳐 나온 한자는 400여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쓰이는 한자는 2500여자 정도이다.

즉 다시 말해서, 위의 문의 단계에서 생겨난 글자만으로는 한자의 모든 뜻을 표현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하여 생겨난 단계가 ‘자(字)’ 의 단계인데,

이 단계는 이미 만들어진 문자를 응용, 조합하여

새로운 의미의 한자를 만들어 내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 생기는 한자는, 정확한 분별이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크게 ‘회의자(會意字)’ 와 ‘형성자(形聲字)’ 로 나눈다.

*회의자 : 두 한자를 합쳐서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는 것. 음도 새로운 음으로 바뀌게 된다.

회의자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① 같은 글자를 두 번 이상 써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경우와

② 다른 글자를 합치는 경우

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부딪칠 돌(突=穴+犬), 밝을 명(明=日+月), 비뚤어질 왜(歪=不+正) 등이 있고,

후자의 경우,

수정 정(晶=日*3), 불꽃 염(炎=火*2), 빽빽할 삼(森=木*3) 등이 있다.

*형성자 : 회의자와 비슷하나, 둘 중 한 개의 한자는 ‘음’ 을 나타낸다.

그러나 고유명사의 경우는 둘 중 하나는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랑캐꽃 근(菫)→무궁화 근(槿=木+菫[근]), 삼갈 근(謹=言+菫[근]), 굶을 근(饉=食+菫[근])

토끼 묘(卯)→애오라지 료(聊=耳+卯[묘→료]), 버들 류(柳=木+卯[묘→류])

그럴 유(兪)→실을 수(輸=車+兪[유→수]), 읊을 유(喩=口+兪[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전체 한자의 94%가 자(字)의 단계에서 형성될 만큼 이 단계는 한자의 형성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3. 이후의 단계

위에서 한자 자체의 모양은 완성이 되었지만, 이후 그 글자의 고유 의미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거나 의미 자체를 잃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여기에서는 새로운 글자가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기존의 한자의 의미가 바뀌므로 ‘전주(轉注) 문자’ ‘가차(假借) 문자’ 가 생기게 된다.

*전주 문자 : 어떤 의미를 가진 한자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한자이다.

이 경우 기존의 의미는 그대로 가지면서 음 등만 바뀌거나

그 한자에 다른 부수를 보충하여 따로 만들기도 하지만,

완전히 그 의미에 대한 한자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전자에는 풍류 악(樂), 잠길 침(沈) 등이 있다.

‘樂’ 자는 원래 ‘음악’, ‘풍류’ 등의 의미로 시작하였으나

풍류가 즐거워 ‘즐거울 락(樂)’ 이라는 한자로도 되고,

그것을 좋아하여 ‘좋아할 요(樂)’ 라는 한자로도 되어

3가지의 의미와 음을 가지게 된 전주문자의 예이다.

‘沈’ 자는 원래 ‘잠기다’ 의 의미를 가진 형성자(삼수변 옆의 글자의 음이 ‘임’ 임.)였으나

뒤에 이 글자를 성씨로 삼는 사람들이 ‘심’ 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2가지의 의미와 음을 가지게 되었다.

중자에는 능할 능(能), 스스로 자(自), 클 거(巨) 등이 있다.

‘能’ 자는 원래 ‘곰’을 그린 상형자였으나

뒤에 곰이 나무를 잘 타고, 물을 잘 헤엄쳐 건너고, 사람처럼 곧추서서 걷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재주를 보인다고 ‘능력’ 의 의미를 새로 부여하면서

‘곰’ 의 뜻을 가진 한자로 곰발바닥을 더 그려 ‘熊(곰 웅)’ 자를 새로 만들게 되었다.

‘自’ 자는 원래 ‘코’를 그린 상형자였으나

뒤에 사람들(한족)이 ‘자기’ 를 가리킬 때 엄지로 ‘코’ 를 가리켜

‘자기’ 를 뜻하게 되자, ‘鼻(코 비)’ 자를 새로 만들게 되었고,

‘巨’ 자는 손으로 곱자를 쥐고 길이를 측정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었으나

뒤에 ‘크다’ 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자 ‘矩(곱자 구)’ 자를 새로 만들게 되었다.

후자에는 무리 당(黨) 자 등이 있는데,

‘黨’ 자는 원래 ‘더럽다’ 의 의미를 가진 형성자였으나 (尙→[상→당])

뒤에 ‘불량배’ ‘붕당’ ‘패거리’ 의 의미로 바뀌면서

‘더럽다’ 의 의미를 가진 한자를 만들지 못해

완전히 그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더럽다’ 의 의미를 가진 한자는 다른 한자가 많음.)

*가차 문자 : 어떤 한자가 의미와는 관계 없이 ‘음’ 만을 이용해 새로운 한자 단어를 만드는 경우

그 각각의 한자를 ‘가차 문자’ 라 한다.

이 경우 한자 자체가 홀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다른 가차자와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의 경우는 의성어나 의태어가 많은데,

정(丁) 자를 도끼로 나무를 찍을 때 나는 소리 ‘쨍’ 으로 쓰는 것이 그 예이다.

후자의 경우가 전자의 경우보다 훨씬 많다.

현재는 표음 문자가 따로 있는 한국이나 일본보다 중국에서 많이 만들어진다.

‘도솔(兜率)’ ‘핑팡(乒乓)’ ‘찰황(札滉)’ 등이 그 예이다.

‘도솔(兜率)’은 산스크리트 어 ‘Tusita’ 의 음역으로,

불교에서 부처가 산다는 네 번째 하늘을 의미한다.

이 경우 두 글자의 본래의 뜻인 ‘투구’ ‘지배’의 의미와는 관계가 없다.

‘핑팡(乒乓)’은 영어 ‘Pingpang’ 의 음역으로, 중국에서 새로 만든 한자어인데,

‘탁구’ 를 의미한다. 이 한자에 쓰인 두 글자는 ‘병(兵)’ 자에서 점을 하나씩 빼서 만든 한자인데

‘병사’ 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찰황(札滉)’은 아이누어 ‘Sapporopet’ 의 음역으로, ‘말라버린 강가’ 를 의미한다.

야마토인들이 자신들 특유의 훈독·음독을 동원하여 조합해 낸 가차자 단어이다.

‘편지’ 와 ‘물이 깊고 넓다’ 라는 의미와는 상관관계가 없다.(심지어 본의와 정반대=_=)

실재로 존재하는 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에 만들어지는 가차자의 경우 글자의 본의가 음역자와 관계가 있는 한자를 써서 음역을 하기도 한다.

위에서 한자 형성의 3가지 원리를 알아보았는데,

끝없는 정보로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한자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기도 한다.

한자라는 글자는 표의 문자이지만,

전주와 가차 등을 거쳐 곧 표음 문자화가 되어 가고 있다.

한자는 문자의 발전 단계가

눈에 쉽게 띄는 문자로,

앞으로도 문자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은 문자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