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일본어는 고유 문자를 가지기 전까지
중국으로부터 ‘한자’를 받아들여 사용해 왔는데,
두 나라가 조금씩 다른 한자음을 받아들이고
이후 관용적으로 굳어지면서 두 나라의 한자음의 차이가 벌어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한국 한자음과 일본 한자음(음독)을 배울 때는
비슷하면서도 미묘한 차이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고생을 덜 수 있는 부분이 받침 부분이다.
받침이 있는 한자음의 경우 음절의 수가 2음절로 고정되기 때문이다.
(장음과 단음의 구별이 필요하지 않다.)
여기서는 한국 한자음의 받침을 일본 한자음의 받침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정리해 보았다.
(한국 한자음 받침을 일본식으로 바꾸는 것보다 반대로 바꾸는 것이 훨씬 복잡하다.)
우선, 한국어에서 사용되는 받침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ㅇ 이렇게 일곱 가지이지만,
한자에 사용되는 받침은
우리네 배달민족만 쓰는 국자(國字-‘畓’, ‘媤’, ‘岾’ 등이 있다.)를 빼면
‘ㄷ’ 받침을 뺀 ㄱ, ㄴ, ㄹ, ㅁ, ㅂ, ㅇ로 6가지이다.
여기서는 한자의 4성(붙임1)을 기준으로
입성 받침과 비(非)입성 받침으로 나누어 보겠다.
(비입성 받침 – ㄴ, ㅁ, ㅇ/입성 받침 – ㄱ, ㄹ, ㅂ)
1. 비입성 받침
비입성 받침 ㄴ, ㅁ, ㅇ의 경우는 일본어 한자 받침음에 아래와 같이 대응된다.
ㄴ[n] – 모두 ‘ン’ 으로 바뀐다. 우리말 한자 받침과 제일 쉽게 대응되는 받침이다.
예) 元旦[원단 wondan→がんたん gantan], 安全[안전 anʤən→あんぜん anzen]
ㅁ[m] – 모두 ‘ン’ 으로 바뀐다.
본디 중국에서 한자음을 처음 들여왔을 때는 모두 ‘ム’ 로 바뀌었으나,
‘n’ 음과 ‘m’ 음이 다소 비슷하여 혼동되다가(붙임2) 12세기에 ‘ン’ 자를 만들면서
결국 ‘ン’ 자로 통합되었다.
예) 感情[감정 gamʤəŋ→かんじょう kanʤo:], 心理[심리 simni→しんり sinri]
ㅇ[ŋ] – ‘い’ 또는 ‘う’ 로 대응된다. 모두 장음이며 앞 음절이 ‘あ’단으로 오는 경우는 없다.
앞 음절이 ‘い’, ‘え’단의 글자면 전자를 따르고, ‘う’, ‘お’단의 글자면 후자를 따른다.
예1) 能力[능력 nŋnjək→のうりょく no:ryoku], 有名[유명 jumjəŋ→ゆうめい ju:me:]
※‘ㅇ’ 받침에 ‘あ’단의 글자가 앞 음절로 오지 않는 이유
→원래 한자 수용 초기에는 ‘あ’단의 글자 뒤에 ‘う’를 붙였다.
그러나 [au] 음이 뒤에 [ɔ:] 음으로 변질되면서
‘あ’단의 글자는 ‘お’단의 글자로 변경하여 쓰게 되었다.
예2) 象形字[상형자 saŋhjəŋja→ぞうぎょうじ zo:gjo:ʤi], 陽地[양지 jaŋʤi→陽地 jo:ʧi]
2. 입성 받침
입성 받침은 앞에서의 비입성 받침보다 익히기 살짝 어려울 수 있다.
이는 비입성 받침보다 발음이 둔탁하여 세월이 지나면서 한자를 사용하는 각 언어권에서의 입성운이 각각 서로 다르게 변질하였기 때문이다. (한자의 고장인 중국의 베이징어마저도 이 3가지의 받침이 모두 소멸, 퇴화된 상태이다.)
ㄱ[k] – ‘き’, ‘く’ 로 대응된다.
한국인이 가장 쉽게 익힐 수 있는 입성운이다.
예) 惡魔[악마 aŋma→あくま akuma], 寶石[보석 bosək→ほうせき ho:seki]
ㄹ[l, r] ‘ち’, ‘つ’ 로 대응된다.
원래 한자의 입성 받침 ‘ㄹ’ 은 실제 한자에서는 [t]음으로 읽혔으나
한국어에서 유음화가 일어나 [t]음이 [r:]음으로 변하기에 이르렀다.(붙임3)
이후 한글 창제 이후 한자음을 옛 중국식에 가깝게 적은 결과(붙임4)
[r]음이 [l]음으로 변하기도 하였다. (실제 한국어에서는 [l]과 [r]을 구별하지 않는다.)
예) 潑剌[발랄 ballar:→はつらつ hatsuratsu], 鋼鐵[강철 gaŋʧər:→こうてつ ko:tetsu]
ㅂ[p] – ‘う’ 장음이 되거나 ‘つ’ 가 된다.
원래 모두 ‘ぷ’ 음으로 적었다.
그러나 전자는 순경음화와 장음화를 거쳐 음가가 장음 ‘う’으로 변하게 되었고(붙임5),
후자는 나중에 일어난 입성 촉음화(붙임6)를 거쳐 ‘ぷ’ 를 ‘つ’로 옮겨 적게 되어
일어난 음운의 변동이다.
예1) 甲子園[갑자원 gapʤawən→こうしえん ko:ʃien], 入口[입구 ipgu→にゅうく nju:ku]
예2) 雜誌[잡지 japji→ざっし zasʃi], 自立[자립 jarip→じりつ ʤiritsu]
이상으로 우리나라 한자 받침이 일본어의 한자 받침과 어떻게 대응되는지 알아보았다.
이 내용은 다소 어려운 말이나 단어를 쓰고 있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설명만으로 일본어 한자음의 받침을 익히기보다는
실제 일본어의 한자 독음을 확인해 나가면서 알아보기 바란다.
===================================================================================
붙임1) 현대의 베이징어에서 쓰이는 4성이 아닌, 옛날 중국식 한자음에서의 입성인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을 말한다.
붙임2) 이런 경우는 중국어에서도 발견된다. 현대 베이징어에서도 대부분 [n]으로 읽고 있다.
붙임3) 이러한 음운의 변동은 삼국 시대에 이미 일어난 현상으로, 향가 ‘서동요’ 에서 ‘薯童房乙’의 ‘乙’ 자를 ‘을’ 로 읽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현대 한국어의 ㄹ불규칙 활용 동사인 ‘묻다’ ‘겯다’ ‘걷다’ 등의 변화(묻다→물어, 겯다→결어·결고 걷다→걸어)나 미국식 영어에서 ‘t’ 음을 ‘l’, ‘r’음으로 굴리는 현상(water, battle, glitter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붙임4) 동국정운에 따르면 ‘ㄹ’ 받침에는 대개 ‘ᅙ'(여린히응)을 넣어서 빠르게 끊어 읽도록 되어 있다. (니르·고·져··배이·셔·도[훈민정음 언해])
붙임5) 원래 [p]로 소리내었으나, 뒤에 센입술소리 [f]로 변한 뒤. 발음이 쉬워져 [h]음오로 변했다가, [h]음이 생략이 되기 쉬운 까닭에(‘재연’과 ‘재현’ 을 육성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것처럼) 자음이 사라져 장음화가 된 것이다. (가령, ‘甲’ 자의 경우 [kapu]→[kafu]→[kahu]→[kau]→[kɔ:]로의 음운 변동을 거쳐 왔다.)
이러한 음운 변동은 한국어에서도 발견된다. 한국어의 ㅂ불규칙 활용이 바로 그 예인데, ‘덥다’, ‘깁다’, ‘맵다’ 등의 변화가 이에 속한다.(덥다→더워, 깁다→기워, 맵다→매워) 이러한 음운 변동은 이미 오래 전에 일어났으나, 일본의 패전 이후 표기법이 변하기 전까지 모두 이전의 표기법을 따랐다.(‘甲’ 자를 ‘コウ’로 쓰지 않고 ‘カフ’로 적는 등.)
붙임6) (개정) 붙임2의 원리(입술소리 m음이 혀+잇소리 n음으로 변환)와 마찬가지로, 입술소리인 p음이 혀+잇소리인 t음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성대에서 입술보다 이까지의 거리가 더 짧아, 발음이 더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