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역 단상(완성-100121).

노량진역 단상(완성-100121).

노들 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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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일 – 2010년 1월 21일)
노량진역에 대한 소소한 떡밥을 던져 보았소이다.

ㄱ. 국내 최고(最古)의 역…으로 존재하는 역.

아마 국사랑 근현대사를 줄기차게 공부해 온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경인선이 국내 최초의 철도인데, 그 중에서도 노량진-동인천(당시 역명은 제물포.)구간에 있던 역들의 역사가 가장 깊다는 사실을요. 다시 말하자면 노량진에 오래 사셨던 분들은 백이면 백 모두 이 역을 보시고 살아 오셨다는 말입니다. 특히 유신 직전에는 전철화가 되지 않아 비둘기호 같은 일반열차도 지나다녔으니, 지방에서도 이 역을 보시고 살아오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실제로 근대 이후 노량진 일대는 노량진역을 중심으로 상권을 뻗어나갔습니다. 애초에 근처에 나루터도 있었으니 이 동네의 역사가 깊기도 하면서요. 또 옛날의 서울의 범위에서는 한강 이남 지역이 빠져 있었고, 한강에 지어진 최초의 근대 가교도 노량진에 있으니, 노량진은 ‘한강 이남의 출발점’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의 노량진역은 과거의 노량진역이 아니라고 하죠. 현재 노량진역은 전철화 이후 원래 있던 것을 철거하고 다시 지은 것이랍니다. 그래서 문화재적인 가치는 적다고 해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나마도 요즘 민자역사 때문에 또 밀어버린다고 하죠.

그래도 나름 강남(+영등포)에서 가장 일찍 개발된 곳인데, 이런 식으로 옛 얼굴을 잃어가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싶네요.

ㄴ. 노량진 수산시장.
아마도 노량진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이 바로 이 수산시장이 아닐까 합니다. 서울의 해산물은 여기서 시작되니까요.

사실 영등포 지역(여의도 제외)에서 가장 많이 소개되는 곳이 바로 이 노량진 수산시장이죠. 아니, 남한에서 수산물 도매지의 중심지로는 이미 여기가 꼽히고 있지 않나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어시장’ 하면 ‘노량진’을 떠올리니까요.

실제로 노라조도 자신들의 싱글 ‘고등어’를 부를 때 라이브를 바로 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불렀습죠.


[Live] 노라조 – 고등어 작성자 music0u

이것만으로 노량진 수산시장은 국내 어업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지도요. 

ㄷ. 신도림역의 대안.
엔하위키에 소개된 신도림역.

신도림역이 국내에서 악명 높은 카오스 공간이 된 이유는, 수도권 인구 최대 밀집 지역인 인천·부천권, 수원권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섞인데다가, 해당 지역에서 강남으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가 신도림역 하나뿐이었기 때문이죠.

1호선은 영등포를 거쳐 강 위로 빠지기 때문에 동작대로 너머 강남으로 나가려면 반드시 1회 이상 환승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영등포에서 강남으로 가는 출구는 3곳뿐이죠. 이수교와 이수역 사거리, 사당역 사거리가 그 곳들인데, 이수교쪽으로는 9호선이 등장하기 전까지 지하철이 없었습니다. 이수역 사거리에 있는 건 7호선이지만, 접속점인 대림역과 온수역의 상태가 녹록지가 못하다보니 고자 취급이죠.

결국 1호선을 타고 수도권 서부와 남부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열 중 일곱은 사당역 사거리로 빠지게 되는 2호선, 즉 신도림역으로만 몰리게 되죠. 그러니 신도림역이 그렇게 붐빌 수밖에요.

하지만 치르노9호선의 등장 이후 새로운 대안이 생겼습니다. 바로 1호선에서 9호선을 타고 들어가는 방법이죠. 그리고 이 두 노선의 접속점이 바로 이 노량진이라는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신도림 루트와는 달리 노량진 루트는 드립이 적습니다. 게다가 2호선과 달리 9호선은 급행열차까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속도 경쟁력에서 신도림-강남보다 신도림-노량진-신논현이 압승이라고 볼 수 있죠.(신논현역과 강남역은 약간 떨어져 있기에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서도요) 만일 종합운동장까지 노선이 연장된다면, 기존 7호선이 지향했으나 실패했던 2호선의 보조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ㄹ. 노들 강변.

(위는 미쿠의 노들강변입니다. 참고로 조교는 제가 했었죠. 2년 전에 보컬로이드 카페에도 올린 기억이 나는군요.)

신불출 작사, 문호월 작곡의 가요로 시작한 이 노래는 배경을 바로 이 노량진 일대로 삼고 있죠. 뒤에 큰 인기를 얻고 경기(수도권) 민요로 굳어졌는데요, 북한에서도 불릴 만큼 전설적인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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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 주변의 노들섬과 공원에는 버드나무와 물을 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백사장은 올림픽대로 짓고 둑 지으면서 사라졌지만요. 이 곳 일대는 서울의 한강 이남 지역에서 가장 먼저 개척된 곳이면서, 한강의 운치를 즐기는데 매우 좋은 곳으로도 꼽혔죠. 섬을 낀 강을 앞에 두고 뒤에 산(고구산)을 병풍처럼 둔 곳이라서 산 구경, 강 구경이라니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지금은 올림픽대로가 그 멋진 풍경을 가리는 불청객이 되어서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실 제 고향은 바로 이 노량진 일대입니다. 어린 시절을 바로 이 노량진 일대에서 보냈고요, 지금도 가끔씩 시간이 나면 들르면서 제 정체성을 영등포, 중에서도 이 곳에서 찾죠. 제 서문의 홈페이지 아이디가 ‘nysjisi’ 인데, 그 중 ‘n’ 자는 바로 이 ‘노들’을 뜻합니다. 실제로 지난 7월에 개통한 9호선에도 ‘노들역’이 있죠? 그 중 3번 출구와 4번 출구는 바로 예전부터 있던 본동 지하차도를 재활용한 출구로,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통학길로 항상 나다니던 길입니다. 그 지하도로 지하철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십 년이 조금 지나 그게 현실로 되어 버렸군요. 세상 참 무섭습니다.

ㅁ. 노량진 사교육 시장의 미래, 과연 어떠한 터닝 포인트일까.
(ㄷ에서 조금 이어진 내용입니다)
9호선의 등장은 노량진 사교육 시장의 분기를 알리는 예령이 아닐까 합니다. 9호선의 등장 이후 지위가 갑자기 달라진 노선이 있는데요, 바로 서울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수서 구간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3호선 강남 구간은 압구정과 터미널에 똬리를 트는 일명 ‘터미널 드립’구간으로 평이 상당히 좋지 않았는데, 터미널 이남 구간부터는 특별한 드립 없이 동남방으로만 노선을 이어 나가고 있어서 선형이 좋은 편입니다.

여기에 서북부에서 들어오는 9호선이 합세할 경우, 노량진 일대에서 강남 남부로 들어가는 길이 큰 굴곡 없이 이어지게 됩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9호선은 급행이 존재하죠. 그리고 지도를 돌려 보면 3호선 라인에는 대치동 학원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9호선의 등장으로 노량진 학원가와 대치 학원가가 죽음의 경쟁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노량진 일대와 대치동 일대는 직접 이어지지 않아 교통이 불편했고, 이로 인해 경인권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사교육 수요는 대부분 노량진에서 머물러서 노량진과 대치 일대의 수요 분리가 적절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두 곳은 서로가 서로를 소 닭 보듯 했죠.

하지만 9호선은, 노량진 학원가와 대치 학원가를 죽음의 레이싱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이유는 9호선으로 인해 경인권에서도 대치동 학원가를 쉽게 왔다갔다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니까요. 저는 앞으로 고시 공부 같은 걸 하지 않는 이상 사교육 시장의 수요자가 될 일이 없어 별 관심이 없지만, 노량진이나 대치 일대에서 학원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나 인천권·영등포권에서 학교를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보실 문제입니다.

…덤으로 말하자면 9호선의 신논현-종합운동장 추가 개통은 노량진 일대와 선릉역 일대의 미대입시 시장에도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봅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인데다 이 포스트에서 이 이야기를 깊이 꺼내면 주제가 묘향산으로 갈테니 이 정도로 접습니다만.

참고 – 초꺽정님의 노량진역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