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가 반도국으로서 물류 허브를 꿈꾼다면 항구-대륙 국경축 운송망이 경색되거나 장애를 입지 않아야겠죠. 그런데 이런 중요 운송망 중 하나인 부산-신의주 축 노선은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혼잡지대인 수도권을 정통으로 관통해 나갑니다. 그래서 도로공사에서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mk-II같은 노선으로 인구밀집지대를 최대한 피하고자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철도축에서도 예외는 아니라서, 대곡-소사, 서울교외선, 조치원-제천-원주-춘천-철원 같은 수도권 우회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해도 사리원에서 충청도 조치원 사이를 잘 들여다보면 경기만이 이 두 도시 사이를 가로막아 수도권 통과를 강요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또, 사리원에서는 해주만을 통해, 조치원에서는 아산만을 통해 이 경기만으로 나갈 수 있다는 점도 파악해낼 수 있습니다. 그럼 이 둘 사이를 이어 볼까요?
왠지 그럴듯한 항로가 생깁니다. 실제로도 이렇게 깊이 파인 만으로 인해 막힌 두 지역을 열차페리 등으로 연결 운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례로 중국 웨이하이(威海)-다롄(大連) 간 열차페리가 있죠. 우리 나라에서도 수도권을 피해 아산만-해주만 화물페리를 운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해봐야 할 사항은, 이 두 항로 사이의 거리가 해운의 힘을 빌려야 할 만큼 머냐는 것과, 해당 연결로대로 항로를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냐의 문젭니다. 수운의 경우 1000km가 넘는 장거리 운송에서 비교 우위를 보이는데, 해주만과 경기만 사이는 100km도 채 되지 않는, 어찌 보면 ‘엎어지면 코 닿을’ 그런 수준의 거리라서 경제성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도한 이 두 만 사이를 오가려면,
덕적군도를 끊고 수직 항로로 통과해야 하는데, 이 일대로는 인천-외해(대청·중국·태평양 방면)연결로인 덕적수도가 자리잡고 있어서, 인천을 오가는 여객선들의 흐름을 크게 방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깁니다. 이 두 가지만 아니었어도 우리 나라에서 열차 페리를 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