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6학년 선생님께서는 재미있는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노래와 노래 가사, 율동을 한꺼번에 배운 적도 상당히 많고요.
그런데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몬스터 프로젝트라는 겁니다. 어쩐지 몬스터 주식회사나 포켓몬스터, 디지몬 시리즈가생각나신다고요? 묘하게 비슷할지 모르겠네요. ‘몬스터’가 붙은 것 중에 딱 초등학생 정도의 연령 타겟을 삼은 게 많으니까요.
누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랬어 ㄱ-
이몬스터 프로젝트란, 출제자 1명과 응시자(?) 다수로 진행하는 방식의 놀이입니다. 그 문제란, 출제자가 만들어낸 캐릭터의설명문을
보고 각자 그 캐릭터를 그려내 오는 거죠. 그래서 기간 내에 그려온 답안과 정답을 비교해, 가장 비슷하게 그린 사람이이기는 룰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응시자들은 그림 없이 ‘글’ 만 읽어서 캐릭터를 그려내야겠죠? 저도 출제자를 해 본 기억이나는군요.
문제는 이 설명문이라는 게 완벽하지가 않아서, 꼭 중요한 설명 몇 가지가 빠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게사진 자르고 사라진
부분 그려보기랑 비슷한 묘미였지만요. 이런 몬스터 프로젝트를 매 에피소드마다 하는 작가도 있으니, 바로시구사와 케이이치씨
되시겠습니다. 이 사람의 소설인 키노의 여행, 학원 키노, 앨리슨 등을 읽어보면 항상 도입부에 나오는 게주요 등장인물들의
설명문이죠.
(다음 글은 키노의 여행 12권 1장에서 인용한 부분입니다.)
운전사인 젊은 인간은 하얀 셔츠와 까만 조끼를 입고 있었다. 챙과 귀를 덮는 속대가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고 여기저기 벗겨진 은테 고글을 쓰고 있었다.
허리에는 굵은 벨트를 매고 있었고 오른쪽 허벅지에는 리볼버 타입의 핸드 패스에이더(주 : 패스에이더는 총기. 이 경우에는 권총)가 허리에 꽂혀 있었다. 허리 뒤에도 자동식 패스에이더 한 자루를 옆으로 눕혀 차고 있었다.
왠지 전 시구사와씨의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키노의 여행을 처음 접한 게 초등학교 6학년 시절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중학교 3학년 말엽이라서 그런 걸까요.
그러고 보니 제 자작소설 대림도인의 첫 도입부에서도 이 짓을 했죠.
그녀는 여자 치고 174cm가 좀 넘는 훤칠한 키였고, 왼쪽(그녀의
입장에서)가르마의 긴 금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얼굴을 보면전체적으로 20을 넘기지 못한 듯한 앳된 미안(美顔)을 가지고 있으며
눈이 적당히 큰 편이다. 민소매의 흰 면 셔츠 위에 붉은데님 재킷을 걸쳤으며, 동일한 감으로 된 짧다란 치마 윗부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만한 단순한 모양의 버클이 달린 벨트를매고 있다. 치마 속에는 치마 밑으로 내려오는 검은 스패츠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무릎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는 얇고 약간 어두운타이츠를 신고 있고, 끈 대신 벨크로로 고정하는 운동화(일명 찍찍이 운동화라고
하는)를 신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손에는 손가락끝마디 부분이 잘린 검은 장갑을 끼고 있다.
이 문구를 처음 쓴 게 2005년 하고도 7월, 딱 5년 전이로군요. 사실 당시 초본보다 상당히 많이 뜯어고친 것이면서도요. 이 모습은 주인공 양선의 여름 스타일 코스튬 되시겠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한 번 준비해 봤습니다. 시간 많으시고 심심하실 때라면 한 번 그려보세요. 제 자캐 양선을 블로그에 공개한 적이 거의 없죠? 추후 공개해 드릴테니 한 번쯤 그려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래봤자 또 씹히려나
그 사람은 2·7호선 대림역 6번 출구 골목으로 쭉 들어가면 나오는 놀이터를
왼쪽으로 끼고 돌아가면 나오는 뚝배기 모양 주택에서만날 수 있어요. 그 뚝배기에서 디퍼쿄우의 총잡이 소녀 시이나 유야의 앞머리를 한
사람을 찾으세요. 머리색이 귤색에 가까운금발이라면 정확합니다. 보컬로이드 린의 미러라고 봐도 될려나?
그리고 윗도리에 전경 기동 타격대 상의처럼 생긴 레드 데님 자켓을 입었는지 보시고 수호 캐릭터의 아무가 입을 블라우스를
받쳐입었는지 확인 바랍니다. 블라우스에 주홍색 스카프를 왕넥타이처럼 맸는지도 보시고요. 그리고 손에 라이더나 격투가들이 끼는
끝마디잘린 장갑을 끼고 있어요.
이어서 아랫도리로 시선을 낮춰보죠. 재킷 하단선을 따라 보시면 레드와인 빛깔 벨트가 하나 보일 겁니다. 그리고 그 벨트
둘레로키노의 그것과 비슷한 벨트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야 합니다. 벨트 아래는 옅은 레드 데님 치마로군요. 이 사람의 왼쪽
다리부분을 보시면 치마가 트여 있습니다. 프리큐어 블랙 같아요. 그 틈으로 뭐가 보이나요? 맨다리는 아니군요. 자바라가 붙은
감색스패츠가 보입니다. 스패츠가 치맛단보다 길군요. 스패츠는 3-4부 정도인데 말이죠. 그리고 그 터진 치마를 넘보지
말라고보컬로이드처럼 옆 벨트끈을 하나 더 맸습니다. 사슬에 군번줄 몇 개로 조그마한 팬던트들이 포도송이처럼 매달려 있네요.
스패츠로가린 넓적다리 아래로는 뭐가 있나요? 아, 무릎 아래 복숭아뼈 바로 아래에서 끊기는 니삭스가 보입니다. 그 아래로 미색
드라이빙슈즈를 신고 있죠? 신발끈 묶을 필요가 없어서 편하겠네요. 다시 위아래로 훑어볼까요? 야하, 어지간한 남자들 키보다
아슬아슬하게더 크군요. 가끔씩 여기에 제갈량 두건까지 눌러 써서 남자들 여럿 좌절시키는 경우도 있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