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타 좋아하시나요? 네. 러키☆스타의 이즈미 코나타요. 지난 2007년 쿄애니에 의해 애니화된 4컷만화 러키 스타는 소위 ‘오타쿠 문화’에 젖은 여고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의 인기를 누렸죠.
특히 주인공 코나타의 경우 보통 여고생과는 달리 애니를 미치도록 챙겨보고, 일과 후 시간을 게임으로 때우는 등 그야말로 남성 오덕들이 주로 할 법한 일들을 많이 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은 바 있습니다. 여기에 코나타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모습과 능글맞은 성격이 코나타만의 매력을 완성하고 있죠.
이 친구의 캐릭터 송 중 D드라이브·러브(원제 : Dドライヴ·ラヴ)는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밤을 새하얗게 지새버리는 코나타의 모습을 그린 노래입니다. 작중 온라인상의 캐릭터끼리 결혼을 성립시킨다거나, 숙제와 게임 사이에서 갈등한다거나, 게임을 접고 가려는데 이미 먼동이 트는 아침이었다거나 하는 내용은 많은 학생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했죠. (다들 찔리시죠?)
그런데 이러한 코나타의 모습 중에서 제가 수 달 동안 의아하게 여겼던 소절을 한 번 소개할까 합니다. 대략 1분 20초께쯤에 나오는 소절인데요, 한 번 들어보시죠.
일본어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풀이를 하자면, 이 부분은 ‘내 신부는 사실 남자고 저는 여자에요.’라고 번역이 되죠. 일단 ‘보쿠(ボク→僕)’랑 ‘와타시(私)’는 모두 1인칭이고요, 상황을 짧게 말하자면 ‘두 사람이 각자 이성의 캐릭터로 게임 내 결혼을 이루고자 한다’고 말할 수 있겠죠? 다들 남자분들은 여캐, 여자분들은 남캐를 키워 보고 그러잖아요.
한데 이 친구의 애니판 성우 히라노 아야(平野綾)가 능청스러운 코나타의 목소리를 연기하고자 톤을 낮추고 양 입꼬리를 옆으로 짼 채 녹음을 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결과 ‘신부’를 뜻하는 ‘ヨメ[요메]’라는 단어가 ‘ユメ[유메]’로 들리게 되었죠. 저는 이 노래를 옛 무혼마님의 러키스타 플레이어로 처음 듣게 되면서 (가사집 없이) 해당 소절에 깜짝 놀라서 제 나름의 가사 풀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ユメ[유메]’라는 단어는 ‘꿈’을 뜻합니다. 그리고 ‘ボク[보쿠]’라는 1인칭과 ‘私[와타시]’라는 1인칭의 차이, 눈치 채셨나요? 네, 일본어 조금 해 보신 분이라면 둘 중에 잘 안 나오는 1인칭이 있지 않나요? 둘 중에 ‘私[와타시]’가 눈에 더 낯익죠?
이것은 두 1인칭의 용도사용자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私[와타시]’의 경우 본디 고위 직책에 있거나 자기를 낮출 때, 공언(公言)을 할 때 쓰는 1인칭입니다. 동시에 일본 남성들은 해당 상황이 아닌 경우 이 1인칭을 잘 안 씁니다. 반면 여성들은 십중팔구 이 1인칭을 쓰죠. 대신 평상시의 남성들은 ‘僕[보쿠]’나 ‘俺[오레]’를 많이들 씁니다. 둘 다 남성적이고 거친 1인칭이죠. (더 자세한 내용은 위키백과 일본어의 1인칭, 엔하위키 보쿠 소녀, 인칭대명사 등을 참조하세요.) 다시 풀이를 하면 이렇게 됩니다.
ボクのユメ、実は男で-私女だよ。
내 꿈은, 사실 남잔데-전 여자에요.
이렇게 되면 코나타는 남자처럼 하고 싶어서 1인칭까지 남성의 ‘僕[보쿠]’로 바꿔 가며 흉내도 내 보지만 본체가 여자라서 포기했다는 내용이 되어 버립니다.
…어째 그럴 듯하죠? 더군다나 이 노래, 캐릭터송입니다. 그럼 이 노래에는 코나타의 가치관이나 이상도 담겨 있다는 뜻이겠네요. 이 구절 안에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숨어있달까요?
이런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 저는 당시 엔하위키에도 한창 불을 붙일 때라 곧바로 ‘엔하의 보쿠 소녀 항목에 올려야겠다’고 결심했죠. 하지만 어째서인지 실천에 옮기지는 못한 채 그대로 입대하게 되고, 시간이 한참 지난 외박에서야 다시금 이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마침 이 노래를 들을 일도 없었고, 돌다리도 두들겨본다는 자세로 가사를 확인하고 엔하위키에 첨삭을 하고자 가사를 찬찬히 뜯어봤습니다.
…그러나 가사 전체에서의 해당 부분은 제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적혀 있었죠.
그래서 해당 부분을 다시금 들어본 결과, ‘ヨメ[요메]’라고 읽을 부분을 ‘[요]’발음인지 ‘[유] ‘발음인지 헷갈리게 불렀더군요. 두 음 모두 [j]음이 반자음으로 붙으니까-아야씨가 양 입꼬리를 째면서 ‘[o]’음과 ‘[u]’음에서의 입 벌리는 크기를 애매하게 맞췄다고 사료됩니다. 여러분도 해 보세요. 입꼬리를 째고 입 크기를 조절하기 은근히 어려울걸요?
어찌되었건 저는 이 부분을 보쿠 소녀 항목에 소개할 적에 제대로 된 가사를 기준으로 재해석해서 올려야 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코나타에게는 조금이나마 이성(남자)에 대한 묘한 판타지를 가졌던 건 아닐까 생각해보며 글을 맺습니다.
(누구나 가슴 속에 이성에 대한 호기심 한 번쯤은 있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