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 기술이 발전하면서 바다로 갈라진
땅과 땅 사이를 잇는 교각·터널 공사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 특히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볼 만한 것이 바로 제주 해협을 가로지르는 제주 해저터널입니다. 요새
들어서는 아예 선거철을 노리고 이 안건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들고 나오는 후보들도 간간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제주 관광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여기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물론 하늘길 아니면 뱃길뿐이었던 제주 관광의 통로가 더 다양해진다는 점에서는
좋겠죠. 하지만 이것이 과연 제주 고유의 ‘얼‘을 그대로 지키는 입장에서는 이로울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문화 관광의 매력은 관광객과 관광지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데, 관광지–관광객의 상호 작용이 많아지면 문화 접변이 일어나겠죠? 보통 관광객–관광지의 세력 차이가 벌어지면 더 약한 세력의 문화가 더 강한 세력의 문화에 동화되는 비극이 빚어집니다. 이미 6·25 사변으로 인한 본토에서의 인구 대거 유입과 항공로·해운의 발달로 제주 사투리는 상당부분 훼손되었죠. (이제는 제주도
출신자가 수도권 출신자보다 표준어에 능숙할 정도…….) 이 상황에서 본토 주민들의 대거 이동–육로를 통한–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때는 우리가 그토록 아끼고 느끼고 싶어하는 제주 관광의 매력이 그대로 살아숨쉴 수 있을까요?
제주 해저터널, 그 이름 자체는 뭔가 멋져 보이지만 제주를 본토보다 더 본토스럽게 담가 버리는 비극의 도구로 작용할지…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