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NT 노벨 ‘MM!(읽을 땐 엠엠이라고 읽습니다.)’의 작가인 마츠노 선생님이 4월 18일자로 급사하셨다고 합니다.
상당히 안타깝고 놀라서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이틀 전에 트위터에서도 짤막하게 언급했었죠….
ㄱ. 이 사람의 작품 MM 자체의 연재가 아직 안 끝났죠. 덕분에 주인공 사도 타로의 러브 코미디의 끝을 영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온 특유의 M 취미에 컴플렉스를 가진 주인공은 또 별 이상하고 비범한 온갖 친구들을 만나면서 하렘에 빠지는데, 이 중 누구를 택하냐가 지금까지 스토리의 포인트였죠. 이 중 유노 아라시코는 중학교 시절 얻은 남성 공포증을 넘어 타로에게 연정을 느끼고 있었죠? 이것도 들킬까 말까가 궁금했었는데 그 결과를 영영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ㄴ. 이 사람의 작품은 이야기만 들으면 상당히 엄해 보이면서도 또 이것을 재치 있게 잘 극복해 냈다는 것도 포인트죠.
비록 국내 애니플러스에서 방영한 미더빙판은 19금 타이틀을 붙이고 나왔지만, 주인공이 반응하는 M의 형태도 붉은 영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그것처럼 하드한 것이 아니라, 똥개 훈련이나 열탕에 오래 넣기같은 엉뚱한 소재로 소재 사용의 애환을 풀어냈죠. 또 이 증상이 여성한테만 반응하고, 정반대의 성향인 S 성향은 주인공에게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비집고 나온 일화도 꽤 있는 편입니다. 예의 유노의 남성 공포증의 원인이 된 개색희(…) 요시오카를 퇴치하러 가는 내용이랄까요. 소재 사용의 난관을 이렇게 잘 풀어낼 수 있었던 작가의 타계는 슬픈 뒷맛만 남기네요.
ㄷ. 이 사람의 작품에서는 주인공만 문제아가 아니라 너,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몽땅 문제아라는 점에서 등장인물의 쏠림이 없고 공평했죠.
주인공인 타로의 M취미가 제일 문제지만, 나머지도 절대 보통 사람은 아닙니다. 그럼 군인인가? 나처럼 전경이었나? 전통 다음 노통이었나? 선배 미오는 S취미에, 유노는 남성 공포증, BF는 여장에, 엄마랑 누나는 근친….
이 점은 주인공이 잘 부각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떠안고 있지만, 간너 때문이야라는 덤탱이를 쓰는 캐릭터가 없어 보는 이로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즐겁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한 인물이 한 집단의 책임을 몰아서 전가당하게 되면 제 3의 외부 인사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보기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인물들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집단에 문제 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MM!에서는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을 모두 뭉개어 놓음으로써 사도 타로와 비슷한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기분이 나빠할 일도, 외부인(?)인 독자들 입장에서도 눈살이 찌푸려질 일도 없으니 얼마나 깔끔했을까요.
어찌되었건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는 옛 말만이 떠오르는군요. 두서없이 썼지만 XEBEC, 마츠노 씨의 유족분, J노블 측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심심한 위로와 애도를 표합니다.
붙임 : 애니판에서 루리가 패러디의 대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 상당히 반가웠습니다. 오덕 패러디의 총집합이라고 일컬어지던 러키☆스타에서도 나데시코 요소는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잊혀져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난 해당되는 편을 안 봐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