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분당선 개통으로 인한 강남역 출구번호의 변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또 그런 역이 아니더라도 출구 번호 매기기 공식을 몰라 어디가 어느 쪽에서 가까운지 몰라 힘들어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죠?
모르는 역(주변)에서 지하철 출구 매커니즘을 모르면 이 꼴 나기 딱 좋습니다.
아 물론 저 친구가 맹한 탓도 있지만
그래서 이번에는 강남역의 번호 변경에 발맞춰 수도권 전철 역사의 출구 번호 매기기 공식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출구 번호 매기는 정석 ㄱ – 노선의 방향을 파악하라.
모든 노선은 시작점과 종단점이 존재하죠. 이 두 점이 일치하는 경우는 순환선이 되고요.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어느 노선은 ‘어디부터 어디까지’라는 안내구를 적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지하철 3호선의 경우는 ‘대화부터 오금까지’라는 안내구가 당연히 따라오죠.
그럼 노선 방향은 보통 어떻게 나누나요? ‘상행선’이랑 ‘하행선’으로 나누지 않나요? 하지만 뭐가 상행이고 뭐가 하행인지 헷갈리기 쉽죠? 노선이 무조건 위아래일 수는 없으니까요. 노선이 좌우가 되면 어느 쪽을 우위로 두느냐에 따라 상하행이 달라지는 법이고, 지리 공간을 동서남북으로 파악하지 않고 자기 사는 집을 중심으로 전후좌우로 파악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상하행을 때려맞춰 버리니까요. 그래서 ‘상하’로 노선 방향을 파악하는 방법은 대단히 주관적이고 일관성이 약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언급한 ‘어디부터 어디까지’는 어떨까요? 이건 보통 앞과 뒤가 분명하죠? 그리고 환승역이 아니면 역이라고 표시된 동그라미 안에 무슨 번호가 있는 거 다들 봤잖아요. 자세히 보면 숫자가 ‘1’씩 늘어나거든요. 그걸 오름차순으로 늘어놓으면 바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역의 순서대로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이건 기준이 명확하죠? 그럼 우리는 해냈습니다. 이렇게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그대로 따라가는 오름차순 방향을 ‘순방향’이라고 하고, 그걸 거스르는 내림차순 방향을 ‘역방향’이라고 칭합시다. 이것으로 출구 번호 매기기는 반은 끝난 셈입니다.
출구 번호 매기는 정석 ㄴ – 순방향에 맞춰 화살표를 떠올리자.
그럼 아무 역이나 잡고 노선 방향을 봅시다. 어느 쪽이 순방향이고 어느 쪽이 역방향인지 거짓말을 할 수 없겠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역 번호가 늘어나는 쪽으로 가는 게 순방향이고, 줄어드는 쪽으로 가는 게 역방향이잖아요.
일단 시범 케이스로 3호선상의 신사역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작곡가 신사동호랭이님의 앞 3음절 신사동의 신사역 맞습니다. 쿠마키치랑은 관계가 없을 겁니다 신사역의 코드 넘버는 337번입니다. 주변 역은 압구정역(우측)이랑 잠원역(좌측)이 있죠. 압구정역은 336번이고 잠원역은 338번이거든요. 그럼 압구정역 방향은 역방향이고, 잠원역은 순방향이죠? 출구 번호는 둘 중 어느 방향이 기준일 것 같나요? 아무래도 노선 원래 방향을 따르는 게 더 쉽겠죠? 그래서 출구 번호는 순방향을 기준으로 매깁니다. 잠원역 방향이 순방향이잖아요.
이렇게 되면 신사역 위로 커다란 화살표 하나가 얹어집니다. 이제 다음 설명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출구 번호 매기는 정석 ㄷ – 화살표를 손을 떼지 말고 그려보자!
아마 최소 87년생 여러분께서는 중학교 시절 연필을 떼지 않고 도형을 그리는 한붓그리기 개념을 배우셨을 겁니다. 그보다 어린 분들도 연필 떼지 않고 도형 그리기 도전 많이 해 보셨죠? 그럼 추억이 돋아나는 도형 몇 개를 예시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보통 연필을 떼지 않고 그리기는 어디서 많이 시작하나요? 왼쪽 아래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제일 많죠? 하다못해 이런 단순한 모양들만 봐도,
왼쪽 아래부터 그리는 사람들이 다반사입니다. 당장 시험 볼 때 맞았다고 동그라미 치는 분들이나, 따로 표시하시려고 별을 그리는 분들 대부분은 아래쪽부터 시작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동그라미를 치시더라도 전부 왼쪽부터 가는 시계 방향을 택하시곤 하죠. 특히 오른손잡이가 세상을 움직여 왔던 사회적 현실상,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을 따라 한붓그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아까 전에 화살표 모양 보셨죠? 이걸 쓸데없는 꼭지를 떼고 볼까요?
대략 이렇게 변할 수 있겠죠? 이걸 신사역에 얹어 볼까요?
자, 어떤가요? 이제 출구 번호가 한붓그리기 순서랑 같다는 걸 아셨나요? 어지간한 역들은 전부 이 공식을 따라서 출구 번호를 정한답니다. 당장 다른 역들을 봅시다.
이 역은 남서쪽 방향이 순방향으로, 화살표 시작점은 동남쪽에 있죠. 잘 보시면 신사역이랑 출구 수도 똑같고 해당 역에서의 순방향도 똑같습니다.
이렇게 출구 수가 적다면 더 이해하기 쉽겠죠?
이렇게 역의 출구가 아무리 많아도 ㄱ부터 ㄷ까지의 법칙을 이해한다면 출구 번호 매기기는 정말 쉽습니다.
하지만 지하철은 사람 100% 좋을 대로 지을 수는 없다는 거 아시죠? 이건 다른 건축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 각 노선의 역들을 보면 출구 번호 매기기 공식을 어떻게 써먹을 지 몰라 당황하기 쉬운 부분도 많습니다. 下편에서 몇 가지 예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