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출구 번호 매기는 정석. 下

지하철 출구 번호 매기는 정석. 下

노들 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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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편에서 이어짐 –

출구 번호 매기기 질문 A – 역사 모양새랑 출구들이 늘어선 모양새가 수직이면 어떻게 해요?

이 역은 지상역이지만 출구를 지상에 두지 못하고 지하 보도로 둔 케이스입니다. 근데 노선은 동서로 지나는데 출구 배열 모양새는 남북이죠? 이럴 때는, 실제 역사의 순방향 화살표를 그대로 생각하고, 이 순방향 화살표의 한붓그리기의 시작점인 왼쪽 아래가 어딘지를 봅니다. 그리고 이 꼭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출구가 바로 1번 출구가 된답니다. 나머지는 그대로 한붓그리기 모드로 넘어가면 돼요.

이제 아시겠죠?

이 역도 노선은 남북으로 지나는 반면 출구 배열은 동서로 되어 있네요. 이 경우도 순방향 한붓그리기의 출발점이 가장 가까운 출구를 1번으로 잡고, 출구 배열 모양새를 뚱뚱한 화살표로 생각해서 한붓그리기를 하면 번호가 나오죠.

출구 번호 매기기 질문 B – 출구가 앞뒤로밖에 없어요.

이 역은 출구가 앞뒤로만 존재합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할까요? 한붓그리기를 시작할 때는 보통 위랑 아래 중에서 아래를 먼저 가죠? 바로 그겁니다.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출구를 1번으로 놓고 위로 올라가면서 번호를 올린답니다.

출구 번호 매기기 질문 C – 환승역인데 기준을 어떻게 잡아요?
환승역은 두 가지 이상의 노선이 겹치는 역을 말합니다. 이 때는 여러 개의 노선 중 노선 번호가 오름차순에서 순서가 가장 빠른 것을 기준으로 잡고, 모든 역사의 출구는 그 노선에서 뻗어나온 출구로 생각하고 한붓그리기를 합니다. 단, 이 때 1번 출구는 그 노선에 순수하게 붙어 있는 왼쪽 하단의 출구를 1번으로 잡죠.
 

이 노선은 서울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역입니다. 노선 번호는 2호선이 더 앞서겠죠? 그럼 이 노선의 출구는 모두 2호선의 출구라고 생각하고 화살표를 놓습니다. 그럼 화살표는 2호선의 방향대로 움직이거든요. 그 상태에서 원래 2호선만의 출구였던 곳들 중에서 한붓그리기 출발점을 잡을 수 있겠죠? 그리고 그대로 한붓그리기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두 노선 이상이 같이 붙으면 노선 번호가 제일 앞서는 노선을 기준으로 화살표를 놓고, 1번 출구는 그 노선 자체의 출구들 가운데서 좌측 하단의 출발점을 1번 출구로 합니다.

두 노선이 하나는 번호로 된 노선이고, 하나는 문자로 된 노선이면 번호로 된 노선이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이 역은 2호선을 기준으로 화살표를 놓고 한붓그리기를 하면 되는 거죠.

대신 두 노선의 환승역 중에서 노선 번호가 앞서는 노선의 역사만의 출구가 없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이 때는 그 다음 노선의 방향을 따르면 됩니다.

두 노선 가운데 노선 번호가 앞서는 3호선은 4호선에 의해 잠식되어서 출구가 없죠. 이 때는 4호선의 노선 방향을 기준으로 출구 번호를 매깁니다.

두 노선 가운데 1호선이 4호선의 양 출구를 대신 쓰는 경우입니다. 앞서 언급한 뒤쪽 출구의 번호가 우선한다는 원칙에 의해 번호를 매긴 곳이기도 하죠. 당연히 기준은 4호선이 됩니다.

출구 번호 매기기 질문 D – 혹시 노선 방향을 역방향으로 잡아야 하는 곳도 있나요?
2011년 현재의 수도권 전철은 한 노선이 각 구간별로 담당회사가 달라도 모두 같은 노선으로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2000년대 초반에 들어 정립된 것으로, 그 이전에는 당시 철도청 소속의 도시철도는 직통운행을 하더라도 같은 노선으로 인정하지 않았죠. 서울지하철공사(지금의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담당구간이 아닌 나머지 구간은 모두 철도청 담당이었는데, 모두 일괄적으로 검은색 노선으로 그려졌습니다. 1호선 구간은 서울지하철공사 구간만 붉은색으로 칠해지던 시절이기도 하죠.

그래서 당시 철도청이 담당하던 구간은 지금의 순역방향을 따르지 않습니다. 여기서 순역 기준이 수도권 전철 계통 통합 이전과 달라졌거나, 접속하는 기존·타 노선의 영향으로 현재의 기준상 역방향을 기준으로 역 번호를 매기는 구간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ㄱ. 수도권 전철 1호선 소요산-서울역
이것은 과거 서울지하철 1호선의 구간을 서울역발 청량리행으로 잡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후에 수도권 전철 1호선이 통합되고 나서는 역으로 청량리발 서울역행으로 순방향이 바뀌었으니, 당시 매겨진 역 번호의 노선방향은 역방향이 되어버렸죠.

ㄴ. 수도권 전철 2호선 성수지선(성수-신설동)
이 노선은 서울메트로 2호선 열차의 차량기지 출입고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도권 전철 1호선을 지나는 서울메트로 소속 열차들의 차량기지 출입고선이기도 합니다. 특히 처음 2호선이 계획되고 실제 시공될 당시의 성수지선은 2호선의 본선 취급을 받기도 했기 때문에, 현재의 성수발 신설동행 노선 체계로는 역방향이 되었죠. 억지로 성수지선이 본선이고 뚝섬, 을지로 방향으로 빠지는 방향을 지선이라고 생각하고 역 번호를 무시하면 오히려 이 방향은 순방향이 됩니다.

ㄷ. 수도권 전철 3호선 대화-삼송
과거 일산선 구간입니다. 지금도 코레일의 통제를 받고 있는 구간이죠. 당시에는 지축발 대화행 노선으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통합 이후에는 대화역이 시점이 되면서 역방향이 되었죠. 재미있는 것은 통합 전에도 역 번호는 9번인 지축역에서 1씩 감소되도록 매겨졌기에 역 번호만으로 순역을 결정하면 당시에도 역방향 기준으로 출구 번호를 매겼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겁니다.

ㄹ. 수도권 전철 4호선 한대앞-안산
이것은 수인선을 의식하여 수인선과 노선이 겹치기 시작하는 한대앞역부터 안산역까지를 오히려 인천발 수원행 노선의 연장으로 보고, 역번호를 매긴 경우입니다. 실제로도 현 4호선 역들은 과거 수인선 역사 자리를 의식하고 지어진 것이기도 하고요. 다만 후대에 지어진 신길온천-오이도 역은 오히려 4호선의 연장으로 인식하여 순방향으로 출구 번호를 매겼네요. 향후 수인선의 부활 이후 운행 계통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는 부분입니다. 완벽한 수인선 운행계통 대신 인천-한대앞 구간을 4호선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구간은 분당선의 연장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라거나….

ㅁ. 인천공항철도
공항과 수도의 셔틀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노선이죠. 따라서 공항에서 수도로 향하는 국제 승객들을 위해 역 번호는 오히려 작아지는 역방향을 기준으로 출구 번호를 부여하게 되었죠.

이상의 구간 사이에 해당하는 역들은 역방향을 기준으로 출구 번호를 매겨야 맞습니다. 구시대의 유물일 수도 있지만 이왕 옛 것을 굳이 바꾸지 말고 그대로 가자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네요.

참고로 수도권 전철 노선도에서 역방향으로 출구 번호 매기기를 해야 하는 구간을 표시했으니, 참고해도 좋습니다.

출구 번호 매기기 질문 E – 그리고…정말 얼토당토 않는 이상한(?) 예외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역의 출구 번호를 매긴다면 다음 소개하는 경우들을 빼고는 모두 이상 없이 출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다음 경우들이 너무 무시무시해서 그렇지….

이것은 더 중요한 랜드마크나 간선도로가 문제가 된 경우입니다. 본디 2번과 1번의 출구 번호를 바꿔야 맞겠지만 해당 지역에 저 역이 들어선 당시(제5공화국)에는 본디 1번을 부여받아야 할 출구 쪽은 잡다한 공단 골목 한가운데인데다가 굵직굵직한 버스 노선도 편성하기 어려운 도시의 오지였습니다. 따라서 수도와 배후항구를 잇는 국도와 가까운 출구가 1번이 되고, 역으로 본디 1번을 받아야 할 출구는 2번을 받았죠.

이 경우는 노선이 지어진 순서에 따라 번호의 통합 없이 그대로 순서대로 출구 번호를 낸 경우입니다. 각각 6호선, 공항철도, 경의선만 놓고 보면 공식이 전부 맞지만, 전부 붙여놓고 보면 제각각으로 놀고 있는 모양새죠. 나중에 출구를 추가하여 순서대로 역 번호를 받은 경우도 이런 케이스입니다. 신설동역이나 옥수역의 경우도 위에서 언급한 기준에는 모두 들어맞지만, 나중에 출구를 추가하거나 정식 출구로 인정받지 못한 쪽에 뒤늦게 출구 번호를 매기면서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한 역사를 둘로 갈라진다고 보고 따로따로 공식을 적용한 경우입니다. 모두 한 도시 소속인데, 이 도시는 도시 구조 특성상 수도에서 모인 길이 다시 갈라지지 못하고 무조건 경부국도 방면으로만 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노선이 두 길로 걸터앉았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하나로 통한다는 인식하에 양 쪽을 따로따로 번호를 매긴 겁니다. 실제로도 두 역이 걸터앉은 각 길은 어떻게 가더라도 결국은 동 노선의 어느 한 역으로만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무서운 구조이지만 합리적인 역 번호 체계를 생각하면 꽝이죠.

노선 우선순위대로 역 번호를 매기지 않은 경우에는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역 구조가 잠식되는 형세가 아닌 이상 노선의 우선 순위(오름차순 및 숫자가 문자보다 우선하는 기준)가 높은 노선은 아무리 나중에 지어져도 1번 출구의 기준점이 되거든요. 하지만 이 경우는 나중에 지어졌다고 해서 역 번호의 우선 순위를 박탈당한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종결자는….

바로 이 케이스 되겠습니다.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글을 쓰기 위해 그림을 제시하면서 특별한 지명이나 역명을 거론하는 것은 최대한 배제하고자 했으나, 이 곳은 철도 동호계에서도 인지도가 너무나 높고 역의 출구 번호 매기기 최악의 오류 사례이기에 역명을 언급토록 하겠습니다. 바로 교대역입니다.

이 역의 역사를 알아봅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출구 번호를 매긴 원리를 분석해 보죠.

1982.12.23 교대역 탄생. 시종착역. (운행계통 : 신설동-교대)
1983.09.16 운행계통 변경. 을지로입구-교대로.
1983.12.23 시종착역 기능 상실. (을지로입구-서울대입구)
1984.05.22 운행계통 변경. (순환선 완성)
1985.10.18 3호선 교대역 탄생.

처음 교대역은 시종착역으로 출발했습니다. 따라서 실 플랫폼에 가까운 쪽인 1-4번까지의 출구만이 우선 개방되었겠네요. 그리고 노선이 연장되면서 출구가 추가되었고, 나중에 3호선 역사가 새로 생기면서 재확장이 이루어지면서현재의 모습이 되었겠죠?

이 곳은 출구가 생긴 순서대로 출구 번호 매기기 규칙을 따로따로 적용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것은 이 역이 생기면서 동시에 생겨난 상인들이 출구 번호 정리에 반발하였기 때문이라네요. 그러나 역은 눈 떴다 감으면 확장을 거듭했으니, 역 번호 체계가 제대로 정립될 수가 없었습니다. 참고로 역 번호를 상기한 규칙대로 재정리한다면 이렇게 됩니다.

2호선이 3호선보다 우선하니 방향은 2호선을 기준으로 하고, 1번 출구는 기준에 맞게 부여되었으므로 나머지를 한붓그리기하면서 보면 다음과 같이 나오는 겁니다. 아, 참고로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건 자체 추리 결과입니다. 실제 저 순서대로 개방되었는지는 추가 자료를 확인해야 해요. 하지만 어떤 원리인지는 이해가 되셨죠?

이렇게 해서 장장 수 줄에 걸친 설명이 끝났습니다.

앞서 말한 공식은 수도권 이외에도 대전, 광주 지하철에서도 통합니다. 대구의 경우는 순·역방향과 1번 출구를 정하는 방식은 동일하지만 한붓그리기를 정반대 방향으로 한다는 것이 다르고요. 그리고 부산은 한붓그리기를 하지 않고, 아예 길을 사이에 두고 1번 출구와 한 길에 있는 쪽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홀수 번호를, 반대쪽은 짝수 번호를 부여한다는 게 다르고요. 지방은 덜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제가 제시한 사례만으로는 설명이 힘든 역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틀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당황하지 않고 출구 번호를 매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답글로 질문을 주세요. 이상 얼마 전까지 수경(병장)이었던 보통 사람 영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