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선 북구간(수서-왕십리)은 1997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계획이 잡혔지만, 곧이어 닥친 IMF로 인해 선릉-왕십리 구간은 계획이 무기연기되었죠. 그랬다가 이미 착공을 했던 구간인 수서-선릉 구간만이 2003년에 개통됩니다. 그리고 그 후 몇 년이 더 지나서야 선릉-왕십리 구간의 착공이 시작되었고, 장대한 삽질과 흑역사 끝에 2012년 10월에 개통을 앞두고 있죠.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노선 계획이 20년이 더 지나서야 완성되는 역사의 마무리가 바로 지금 눈 앞에 있는 셈이랄까요.
뭐 이번 왕십리-선릉 구간 관련해서 아까운 걸 짚자면 이 정도가 있겠네요.
ㄱ.
(원본)
왕십리-선릉 연선에서 15년을 버텼던 오락실 압구정 조이플라자가 분당선 노선 완성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문을 닫았습니다. 이전부터 부실한 교통편 때문에 불리하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는데, 그저 적진의 고지를 앞두고 어이없게 죽은 전우를 보는 느낌.
제 트위터 팔로워 중에는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람도 있는데, 이 분이 봤던 풍경 중 하나가 바로 분당선 공사 인부들이었다고 하죠. 참고로 이 조이플라자가 연계될 예정이었던 역은 K212번 역. 갤러리아백화점 삼거리에 있는 역입니다. 흔히 ‘신청담’이라고 불리는 곳.
ㄴ. 왕십리-선릉 연선을 지나가는 도로는 왕십리로랑 선릉로인데, 왕십리로는 그나마 낫지만 문제는 선릉로의 도로폭이 너무 좁다는 것. 이것 때문에 대피선 공사도 좌절되었죠. 애초에 분당선의 패인이 완급운행의 부재와 너무 많은 정차역 수라는 걸 생각하면 그냥 씁쓸할 따름. 사실 이 구간은 선릉-강남구청까지 구간이 전부 환승역이라 완급 나누기도 애매하고.
ㄷ. K211(서울숲 근처)-왕십리 구간 선형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호선이랑 분당선은 성동교 근처(위 그림에 나오는 중랑천을 가로지르는 다리)에서 잠깐 만나는 구간이 있지만 워낙 심한 고저차와 2호선의 한양대역-뚝섬역 사이 어정쩡한 역간거리 등의 문제로 인해서 환승역을 계획하지는 않았죠. 어차피 왕십리역으로 가기 때문에 환승이 필요 없다는 관측도 있고, 동쪽으로 가고자 하더라도 그 전의 강남구청역에서 7호선을 이용해도 되기 때문에 환승역을 계획하지 않았다고 하죠.
하지만 이 분당선이 당장 중앙, 경원선이랑 직결할 것도 아니고, 따라서 굳이 왕십리역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없다는 걸 감안할 때(일단 건설은 이미 중랑천 북단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게끔 만들었죠) 한양대학교를 고려했으면 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말하자면 이렇게요.
물론 정차역 수 증가 문제도 있지만, 해당 학교에는 강남이나 분당 지역 통학 수요도 꽤나 되는 만큼, 개념환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층에 2호선, 하층에 분당선 역 이런 식으로 환승역을 하나 더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한양대생들 일부는 왕십리역을 이용해도 되고, 어차피 2호선 왕십리역에서 환승해서 가면 된다고 쳐도 말이죠. 딱히 제가 한티-서울숲, 왕십리 잠정 이용객이라서 이런 글 쓰는 건 아니지만요
물론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중앙선과의 합류 선형 문제인데, 어차피 직결도 안 할 거면 지상으로 선로를 끌어오는 것도 필요 없고(안 그래도 한강 넘는다고 깊이 뚫은 걸 갖다 말야…)그냥 이렇게 뚫어도 왕십리까지 가는 데는 문제가 안 되니까 이렇게 지었어도 큰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표정속도는 줄어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