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경의선 버스 터미널을 짓기 가장 좋은 지역은 어디일까?

노들 영산

서울에서 경의선 버스 터미널을 짓기 가장 좋은 지역은 어디일까?

Spread the love

요즈음 정부 정책이 통일 대비에 주안점을 둔 듯합니다. 이에 저도 이 빅웨이브를 타고 끄적여 봤습니다.

서울과 북한 지방 사이의 교통 시설 문제는 북한 지역 재건 및 국토 재개발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토 개발은 결국 사람이 오가고 실질적인 기반 시설을 지으러 가게 할 수 있는 교통 시설을 갖춘 이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고, 또 북한 지방으로 가장 쉽게 투입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 도로를 이용한 버스인만큼, 서울에서 북한 지방을 오가는 버스 터미널, 그 중에서도 특히 북한의 수도와 중국으로의 주요 교통로로 이용될 수 있는 경의선권(서북지역) 대상 터미널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출입이 수월하고, 기존 교통시설과의 접근도 훌륭한 곳을 정해 터미널을 갖추는 것이 좋을 테고요.

따라서 서울에서 이런 곳이 후보지로 논의되지 않을까 하는 곳들을 골라 이 지역이 어떤 점에서 좋은지 간단하게 분석해 보았습니다. 실제 경의선 터미널을 어느 곳에 짓게 될지 논의하는 것은 남북한 사이의 교통 이동의 제한이 완전히 풀리게 될 쯤에야 이루어질테니, 이 글은 그냥 먼 미래의 일이겠거니 하고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ㄱ. 불광, 신촌의 옛 터미널 부지 활용

불광동과 신촌에 있던 옛 터미널들은 주로 한강 유역의 접경지방인 파주, 강화로 향하는 광역/시외버스의 거점으로 이용되어 왔으나, 터미널 기능의 간소화로 명을 다하고 차고지 및 공원으로 바뀐 곳들입니다. 해당 지역들은 모두 북한 접경 인근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던 곳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신촌의 경우는 시설의 재공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부지 확보에 있어 약간 여유가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의 기존 터미널은 모두 소규모 시설들로, 여러 지방으로 향하는 노선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기에는 턱없이 좁다닌 문제가 있고, 불광동의 경우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형편없이 멀기까지 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기존 대중교통시설과의 환승 접근성 면에서 보면, 불광동은 도시철도 불광역까지 250m 가량 떨어져 있고, 신촌터미널은 서강대역에서 224m, 2호선 신촌역에서 283m 가량 떨어져 있어 다소 떨어져 있는 편이죠. 신촌의 경우 옛 터미널 근처에 경전철 역사가 들어서면 이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수 있겠지만, 실제 양 중전철 역사와의 거리가 여전히 있다는 점이 계속 걸림돌이 될 듯합니다.

ㄴ. 당산역 인근

당산역은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완공된 이래 서울 극서지방(강서, 양천구), 경인권, 파주-일산권, 김포-강화권으로의 환승 허브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오고 있으며, 2009년의 9호선 개통으로 여의도 및 수도권 양대 공항, 한강 이남 부도심과의 연계가 훌륭한 지역입니다. 또한 노들로와 올림픽대로를 이용하는 것도 간단하여, 교통 접근성 및 환승 부문에서는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해당 지역은 과거 공업 시설의 쇠퇴로 재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버스 터미널이 들어설 자리가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재개발이 진행되었다는 점이 풀어야 하는 숙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당산역 동북단의 주택 지역이 그나마 여지가 있겠으나, 토지 보상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또한 역사 인근이 고밀도 아파트 단지로 개발된 만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을 최소화하는 것도 난관이라고 생각됩니다. 

ㄷ. 김포공항의 버스 터미널 기능 부가

김포공항은 항공교통의 총본산이라는 점에서 조금 뜬금없는 감이 있으나, 공항에서 각 지방으로 이동하는 공항 버스가 발달하였고, 김포-강화권 및 경인권으로의 교통 중심지 기능도 어느 정도 분담하고 있는 특성이 있어 골라 보았습니다. 항공 교통 환승이라는 기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특징이고, 해당 지역이 강서구의 주요 상업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포공항에 남는 부지나 구조물이 있다면 이를 개조하여 버스 터미널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할 테고요.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나고, 버스 터미널 시설 설치에서도 조금 여유가 있지만 이 지역은 서울 도심이나 다른 지역에서 형편없이 멀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기존 도시철도인 공항철도와 지하철 9호선의 지역 연결 강화, 서울 동북지방으로의 접근성 강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자동차 전용도로로의 접근성이 다소 미흡한 점이 이 지역의 과제고요.

ㄹ. 마곡

마곡 지역은 현재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공백지로,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개발될 여지가 남아 있는 지역입니다. 부지 확보에서도 유리하다고 할 수 있으며, 교통 시설도 5호선 마곡역, 9호선 및 인천공항철도 마곡나루역이 준비되어 있죠. 최북단 지역은 올림픽대로에서도 1km 이내입니다.

그러나 이들 교통시설이 한 군데 모여 있지 않고 흩어져 있다는 점이 이 지역의 단점입니다. 또 올림픽대로에서 해당 부지가 가까운 지점에는 나들목이 없으며, 도시철도 접근이 편리한 지역에서는 올림픽대로가 멀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ㅁ. 당인리 발전소 선상부지 

당인리 발전소는 근래 지하화 결정으로 터미널 및 편의 시설이 들어갈 수 있는 빈 땅이 되었습니다. 자동차 도로는 양화대교 북단 교차로가 가까워 버스의 이동도 수월하죠.

그러나 이 부지를 버스 터미널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과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도시철도 역사와의 거리가 최소 300m 이상에 달하여, 환승 접근성이 취약하다는 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ㅂ. 디지털미디어시티

디지털미디어시티는 기존 경의선 철도를 끼고 있으며, 월드컵대교 교차로에서는 1km 이상 떨어져 있으나 연결 도로가 도심이 아닌 공원 지대로 자동차 전용도로와의 접근성도 준수한 편이라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조건을 가진 당산의 경우 부지가 없다는 과제가 있으나, 디지털미디어시티는 1번 국도 인근에 여전히 공백지가 있으며, 여의치 않을 경우 불광천 상부 부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당산보다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미디어시티가 당산에 비해 부족한 점은 강남 지방과의 연계 교통 문제인데, 도시철도 노선의 경우 해당 지역 출발 6호선이나 경의선에서 옥수나 왕십리까지 우회하는 3호선이나 분당선을 이용해야만 하는 점이 난점입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분당선의 강남역 이북 노선 건설의 실시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이 노선의 연장이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의 실패와 맞물려 논란의 중점에 있다는 점이 선행 과제인데다, 기존 경부/호남선 고속터미널의 접근성 문제는 이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ㅅ. 현행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기능 보강

시설의 신설이 곤란할 경우, 원래 있던 고속터미널에 경의선 터미널 기능을 보강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시 내 기존의 타 버스 터미널은 기존 노선의 승하차 기능으로 인해 여지가 작은 편으로, 경의선 터미널을 부가할 수 있는 시설은 기존 3복층 시설을 풀가동하였으나 오늘날 최하층만을 버스 승하차 시설로 활용하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경부/영동선)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경부/영동선과 다른 층을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고속버스 환승도 간편할 것이고, 도시철도 노선 또한 3개 노선이 교차하는 고속터미널역이 존재하는 만큼 편리하죠.

대신 기존 고속터미널은 경부고속도로 반포나들목을 주로 이용하는데, 이 반포나들목은 오로지 부산 방향으로만 진입이 가능한 일방통행 시설이기에 반대 방향으로의 이용이 여의치 않습니다. 올림픽대로의 경우 1km가 조금 넘는 거리에 있어 그럭저럭 준수한 편이긴 하지만, 앞서 소개한 다른 지역이 모두 서울 서북지역 또는 서북지역에서 강을 건너 바로 나오는 지역에 있는 것과 달리 동남쪽으로 치우쳐 있어 서울시계에서 터미널 사이의 정체에 취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고속터미널의 3, 5층 승하차 시설을 쓰지 않게 된 이유는 고속버스 수요의 지속적인 감소도 있지만, 그것보다 승차장과 진입로의 설계 결함으로 인한 붕괴 위험이 결정적입니다. 따라서 이 시설을 사용하려면 복층 승강장 및 교량의 구조 개선 혹은 철거 후 재설치가 필수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기존 경의선 연선의 배후 인구는 이북5도 가운데 평안남도, 평안북도, 황해도의 2008년 추산 인구를 합쳐 2천만명이 조금 안 되는 정도로 현존하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보다 잠재 수요가 적고, 센트럴 시티에 비해 잠재 수요가 조금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 지역의 철도 총연장이 남한에 비해 긴 편이지만, 설비의 노후화로 즉시 활용을 하지 못하기에 설비 재정비를 마치기 전까지 고속버스에 크게 의존할 것입니다. 따라서 통일 이후 북한 지역 재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이러한 부분을 미리 논의해 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붙임 : 이와 동시에, 압록강을 건너 아시아 대륙(중국 화북/동북지방, 몽골 지방 등)으로 육상이동하는 장거리 국제 버스 노선도 해당 터미널에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해당 버스터미널은 국내선 편의 시설뿐만이 아닌, 면세 시설 및 출입국 보안 검문 시설과 같은 국제선 편의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