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태어날 적에 다른 새와 달리 두 날개도 두 발도 없이 태어났다. 이건 내게 주어진 생애의 첫 관문이면서 첫 시작이었다. 다른 둥지의 새들은 모두 아무렇지 않게 두 날개와 두 발이 있어 날아다니는데, 날아갈 도리도 걸어갈 도리도 없는 나에게는 무슨 수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단 말인가. 당연하게도 다른 둥지의 새들은 나와 나의 어머님을 놀려댈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다른 새들이 먹을 만한 모든 먹이를 가져가고 남은 쭉정이만 가져다가 나한테 먹여 주셨다.
나는 다른 새들한테 말도 걸어보고, 다른 새들이 먹이를 찾으러 갈 때마다 불편한 몸을 이리저리 굴려서 따라가도 보고, 친해지려고 다가가도 보았지만 그들에게서 돌아오는 건 냉대와 무시뿐이었다. 그래서 두 날개와 두 발이 멀쩡한 새들과는 아무도 벗을 맺은 이 없이 쓸쓸히 일생을 보내야만 했다. 다만 나와 비슷한 처지의 두 날개와 발이 없는 다른 새들과 동병상련을 느껴, 이들끼리 벗을 맺고 같이 나다니고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웃고 같이 울었어야 할 뿐이었다.
심지어 하루는, 다른 새를 구하고도 수모를 겪어야 했던 경우도 있다. 그 날은 마침 원숭이로 인해 둥지에 홀로 남아있던 새끼 뻐꾸기 한 마리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는데, 어찌 다른 나무로 달려갈 방법이 없던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려서 원숭이를 받아 나무 밑으로 떨어뜨려 새끼 뻐꾸기를 구해내었다. 비록 내던진 힘에 의해 둥지가 세 쪽 중 한 쪽 정도가 날아가긴 했지만, 새끼 뻐꾸기는 무사했다. 하지만 그런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고맙다는 인사가 아니라 더러운 또다리가 왜 우리 집에서 얼쩡거리면서 남의 집이나 무너뜨리냐는 어미새의 멸시뿐이었다. 나는 그래도 같은 새가 위험에 처했으니 어려움을 같이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내던진 것이었는데, 나는 기가 막히고 억울해서 며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나에게도, 모두의 인정을 받고, 지금까지 홀대받고 무시당해 왔던 지난 일을 털어버릴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얼마 전, 새들의 무리에게 닥친 크나큰 시련 때문이었다. 언덕 너머의 돼지들이 먹을 것이 없어 새들의 알을 노리고 새들의 무리를 습격해 왔기 때문이었다. 돼지들은 자신들의 기술력을 뽐내듯이 새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새들이 정성껏 키워놓은 알은 허무히 돼지 밥이 되어 사라질 뿐이었다. 새들은 이런 무자비하고 잔인한 돼지들의 공격에 맞설 힘이 전혀 없었고, 돼지는 끔찍한 미소를 지으며 새들을 옥죄었다. 그것을 지켜본 순간, 나는 지난 일을 기억해 내었다. 나는 비록 다리가 없어 걷지 못하고, 날개가 없어 스스로 날아갈수는 없을지언정, 몸을 던져내기는 능히 해내지 않았던가. 그렇다. 이제 나에게 날개가 없고, 발이 없는 것은 다른 새들과 견주어 절대 가당치 않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또다리에서 앵그리버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