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조사 안 하고 외지답사를 나가면 헛다리의 향연이라는 걸 지금에서야 알게 되네요. 멍청돋는 하루였습니다. 짤은 이케아로 향한 오늘의 여정 궤적인데 다소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개인정보상 과천 안쪽으로는 생략.
ㄱ. 나무럴위키를 읽어 보시면(지금 이 포스트를 쓰는 시점 기준) 서초구에서는 광명역을 충분히 이용할 만한 거리이고 다만 교통이 갖춰지지 못했을 뿐인 것처럼 서술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그 문장을 처음 읽을 때의 제 생각은 ‘웃기기나 해라…‘였고 실제로도 제 생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면산 이남으로 돌아서 버스를 타고 과천-관악(안양시)-광명을 거치는 경로를 탔는데 버스만으로 환승이 3회나 필요하고 소요시간은 2시간 이상 걸리더라고요. 물론 좀 더 우회하는 경로라는 사실이랑 퇴근시간 즈음이란 것을 감안해도 그 소요 시간이랑 환승 횟수면 그냥 동자동·한강로의 터미널역을 가고 말겠다 싶었습니다. 2·7호선 전철에 정보사 우회구간이 있어도 자치구 서쪽 변방에 서울이랑 용산으로 쏴 주는 4호선이 있다 보니까.
정 광명역을 가고자 한다면 우면산 이북에서 시작하는 경우 제가 시도한 경로보다 어떻게든 서울 1호선권으로 넘어가서 적당할 때(구로 외곽 언저리) 버스로 넘어가는 방법이 더 나을 듯합니다. 도로교통의 표정속도는 운빨좆망겜급이니 최대한 전철 타야죠.
ㄴ. 과천에서 경기 버스 11-1을 타고 관악역에서 광명역 라이너로 알려진 1-1을 타려고 했는데 1번 국도에서 내리니 1-1을 탈 수 없더군요? 그래서 해질녘에 지하보도까지 들어가고 관악역을 횡단해서 버스를 탔는데 지금 경로를 확인해 보니까 이 버스가 1번 국도에서 1-1 승차 정류장 방향으로 꺾어버리네요.
조금만 더 앉았다 편하게 바로타를 할 수 있었던 것을 괜히 몇백 미터 더 걸었습니다. 환승시간이야 문제없이 맞췄지만…
ㄷ. 1-1 버스가 어떤 버스인가 했는데 무려 마을버스에서나 쓰는 미니버스…환승한 시점이 7시 좀 지나서였는데 그 미니버스로도 버스 공간이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진 않더라고요. 원래 이 구간은 1000원짜리 광명 셔틀버스가 다니던 길인데 몇 년 전 셔틀버스가 폐지되고 그대로 이 버스로 기능을 이관해 버렸죠.
왜 그 셔틀이 사라지고 1호선의 광명셔틀이 구간 축소와 차량 축소를 겪다가 급기야 운행시간 축소라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조금 알 수 있게 되어 참 시원섭섭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러려고 탄생한 광명역이 아닐 텐데;;
ㄹ. 이케아는 실제 광명역에서 마냥 보행해서 가기엔 조금 멉니다. 광명역 역세권이 어지간히 넓긴 하지만 이케아랑 역사가 길 하나 사이에 두고 꼭 붙어있을 거라는 제 기억은 틀렸더라고요.
ㅁ. 이케아의 전시층(2층)은 체험공간을 겸하고 있어서인지 가구에 앉아보거나 하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꽤 괜찮은 컨셉이었죠. 사실 광명역을 구태여 들른 목적이 이케아를 가기 위해서였고, 또 이케아를 찾은 이유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잠깐 살 집에 쓸 책꽂이를 둘러보려고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때깔은 깔끔하고 재미있어 보이긴 했는데 딱 이 가구점의 수요층이 될 사람들이 머릿속에 또렷이 그려졌습니다. 그 중에 곧 제가 들어갈 테고.
푸드코트는 레스토랑이 있고 패스트푸드 바가 있었는데 먹을 만했습니다. 마침 노량진에서 배워 왔을 컵밥이 있길래 ‘야, 얘들 좋은 거 배워 가네.’싶더랍니다. 따라서 위 짤은 이케아 들른 인증샷 겸 오랜만에 먹는 컵밥 샷.
ㅂ. 이케아에서 나와 롯데아울렛이랑 마주 보는 광장으로 나왔는데 길 건너의 서울 버스 505번을 보고 ‘타면 구로디단지 쪽으로 가겠구나!’하고 길을 건넜더니 웬걸, 그 방향은 노온사(종점)방면이네요. 횡단보도가 걸어나온 쪽에 바로 붙었던 것도 아니어서 다시 건너기 매우 싫었는데 유유히 달려오는 아까 그 1-1….
하여튼 오늘(쓰는 시점에서 어제) 내내 헛다리의 끝을 화려하게 찍었습니다. 타는 버스 하나 하나가 어떻게 다 ㅋㅋㅋ
ㅅ. 한강 이남 서부 수도권 주민들 입장에서는 광명역이 관계적 위치로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는데 진짜 영업 개시로부터 십이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어지간히 관심을 못 받는다 싶었습니다. 거의 아카자 아카리급 존재감이라고 보는데 그 이유는 바로 도시철도(소위 지하철)와의 연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네요.
뭐 광명셔틀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금천구청(서울)에서 외줄로 억지로 딜룽딜룽 매달아놓은 꼴에 가깝고, 버스는 외지인이 경로 예상을 하기 힘들어서 안 타려고 할테고요. 그래서 그냥 광명역이 선택지 축에도 못 들어가고 서울역이나 용산역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에 군 복무할 때, 직원들이 남부 지방으로 장례식장을 가려는데 짧은 시간 안에 인천에서 남부지방으로 어떻게 오갈 지를 모르니까 부장님이 “광명역을 이용해 봐, 그럼 KTX를 빨리 탈 수 있어.” 라고 말씀하시던 것이 아직 기억에 선하네요. 그 때가 개업하고 6년이 지난 때였는데.
강남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해 광명역을 들르는 버스가 없다는 것도 조금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아예 그 길 타는 노선버스가 없는 모양이죠? 물론 지금 강남순환고속도로 때문에 피 보는 수도권 주민들이 많아서 노선이 생기기는 많이 어려워 보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