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도 애니메이션 걸즈 운트 판처(이하 ‘걸빤’)에서는 아주 커다란 항공모함인 ‘학원함’이 등장합니다. 학교 캠퍼스가 항공모함이라는 설정인데요, 그 중 주인공 미포링의 학교인 오오아라이 학원함이 작품의 주요 배경입니다. 블루레이 특전영상(OVA라고도 하는)에 공개된 바에 의하면 오오아라이 학원함은 갑판 높이가 440m고 함교는 150m, 갑판 전장은 7600m, 길이는 7100m, 최대 폭 900m의 규모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과연 이 배가 얼마나 큰 배고, 캠퍼스 이외에 학생들 생활을 돕는 상공업자들이랑 주택들, 심지어 경기용 전장이 어느 정도 규모로 탑재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서울 지도를 이용해 알아봤습니다. 학원함의 비행갑판 형태에 가장 가까운 직사각형, 그러니까 갑판 전장 길이와 최대 폭과 동일한 길이의 직사각형을 실제 지도에 맞춰 비교해 보기로 하죠.
우선 첫 시작은 한강입니다.
당산철교부터 마곡철교까지, 인접한 9호선 전철로 따지면 마곡나루에서 당산역까지를 가득 메우고도 남는 규모입니다.
강남 한복판에 학원함을 얹어 볼까요?
이수역에서 삼성역(코엑스)까지, 서울메트로(사당역)부터 대치우성 사거리까지를 전부 커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안에 교대가 들어가고, 아파트 수 단지가 들어가도 남고, 상점가 수백 곳이 들어가도 충분할 정도의 규모라면 이 배에 상공인들이 동승해서 장사하는 재미가 쏠쏠하겠네요.
서울 밖 사람들도 좀 더 낯익은 도심 쪽으로 알아볼까요?
청계광장에서 서울시립대까지, 아니면 남대문 시장에서 회기역까지가 전부 학원함입니다. 사대문안 따위 우스울 지경이네요. 동승하는 인원은 읍 정도의 규모지만 지도로 보면 좀 큰 읍보다는 많이, 어지간한 동들보다는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도시가 번성하리라 싶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오오아라이 학원함의 흘수는 250m인데, 이렇게 되면 일단 황해나 남해에는 들어올 수 없고, 동해의 울릉도 근처에나 겨우 기웃거릴 수 있을 정도의 깊이입니다. 아니면 다목적 대형 댐을 낀 호수(청풍호, 소양호)라면 깊이만 봤을 때 들어갈 수 있긴 있겠네요. 역시 깊이만 따진다면 세계 최대의 칼데라 호수인 백두산 천지에서도 아슬아슬하게 흘수제약선으로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진 0.9㎢의 강원대 춘천캠퍼스보다 이 학원함 밑면넓이가 넓습니다. 강원대 춘천캠퍼스 일곱 곳이 이 학원한 하나 급. 모르긴 해도 춘천 시내 1/4 수준 정도를 커버할 수 있겠네요.
갑판 높이가 440m고 함교는 150m라는 점을 짚어 보면, 함교를 배제하더라도 서울에서 이 배를 내려다볼 수 있는 마천루는 롯데월드타워 말고 없겠습니다. 걸빤 4DX 상영의 성지가 된 여의도의 IFC조차도 283m밖에 안 되거든요. (스페셜 땡스) 산이라면 불암산, 삼성산보다 높은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가능하겠네요. 이 중 한강에서 가장 가까운 건 용마산. 그리고 이 용마산의 해발고도가 학원함의 갑판과 함교를 합친 높이에 가장 가깝습니다. 607m니까요.
작중 가장 아기자기한 규모라는 오오아라이 학원함도 이렇게 거대한데, 그것보다 몇 배는 더 큰 프라우다나 선더스 같은 곳은 도대체 얼마나 큰 걸까요. 고유성의 성공사례인 걸빤다운 상상력이 필요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