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수도권 전철 40년래 변천사의 내년 업데이트분 스포일러-_-입니다. 안 그래도 내년 변경사항 때문에 돌아버리긋습니다. 색은 아직 안 맞췄습니다.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경강선 판교-여주 간 무료시승행사에 참석해 얼마나 노선을 잘 지었는지 둘러보았습니다. 어느 노선이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경강선은 여러 측면에서 기념비적인 노선이기 때문에 짚을 점이 아주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짚을 점을 두서없이 늘어놓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ㄱ. 판교역까지 버스로 이동한 후 역사로 들어가 열차를 탔는데 선릉역의 구조를 완벽하게 물려받은 아주 모범적인 상대식-상대식 십자 개념환승 구조에 감탄했습니다. 선릉역은 환승 위치가 치우쳐 있다는 약점이 있는데 판교역은 양 노선 모두 환승 위치가 가운데에 가까워서 상위 호환이라고 봐도 되겠더라고요. 이매역은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환승 구조에 혹평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참고로 제가 정의하는 개념환승의 조건은 ① 환승시 요구되는 입체 이동(즉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로 위아래를 옮겨다니는 이동)이 2회 미만이고 / ② 무빙워크가 필요 없을 것 이렇게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입니다. 이 조건을 지키지는 못하는 경우가 ① 여의도역, 선정릉역, 군자역, 회기역(1번 조건 위반) ② 삼각지역, 홍대입구역(2번 조건 위반) 등이고요. 판교역과 선릉역은 이것을 아주 잘 지키고 있지요. 수도권의 철도 동호인이라면 마스터피스로 칭송하는 금정역과 김포공항역이 이렇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ㄴ. 판교-이매 간 이동은 현행 성남시 버스로도 녹록지가 않아보이던데 두 역만을 오가는 라이너 열차가 없는 것이 이번 노선 개통의 가장 큰 문제점 아닐까 싶습니다. 구성남의 모란과 판교 사이를 잇는 버스도 그렇게 충분히 많다고 생각하기는 힘들고요. 경강선은 서울을 오가지 않으면서 연선 수요가 적은 수도권 최변방(여주)만을 연결하기 때문에 배차 간격이 짧을 수가 없을 듯한데, 판교-이매 구간만큼은 수도권 전철의 기성 구간이자 미싱 링크 해소 구간이기 때문에 그 구간만이라도 배차 간격을 짧게 맞췄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설마 신분당선 챙겨주려고…
ㄷ. 경기광주역은 차후 수서지선(수서-경기광주 간 철도)을 연결하는 환승역으로 기획했다는데 지어놓은 구조물을 봐서는 정말로 수서지선을 연결할 수 있을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왕 고가역으로 지을 거였으면 남춘천역처럼 외선 부지를 미리 지어놓고 선로는 나중에 짓는 것이 맞을 텐데, 상대식 승강장에 곡면 유리벽으로 마감을 해 버렸습니다.
ㄹ. 부발역 안쪽으로의 철도 규격이 화물 취급을 하기 어려운 EL-18인 문제에 대하여.
조사부장님의 중부내륙선 화물기능 문제 관련 포스팅도 참조했습니다.
곧 개통할 경강선 전체 구간 중 부발에서 여주까지만이 LS-22 규격이고, 부발에서 판교까지는 EL-18 규격이라서 경강선과 중복되는 중부내륙선을 화물열차 신구간으로 쓰면 되겠다고 생각한 동호인들의 환상을 부숴 버렸는데, 수원시에서 수인선의 고색삼각선을 삭제해 수인선의 화물 운송 기능을 절름발이로 만들어 버린 것과 겹쳐 보여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수인선의 경우 해당 구간을 서해선과 평택항선으로 대체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한다고 화물 운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경강선, 즉 중부내륙선의 경우도 부발 동쪽으로는 화물 운송이 가능하게끔 지었는데 이것을 평택-부발-원주 간 철도로 화물을 돌리겠다는 의도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평택-부발 간 철도도 아직 안 지었죠?
이렇게 해서 수정된 것으로 추측되는 국토정책상 화물 운송 경로를 아래와 같이 그려 봤습니다. 개인적인 분석에 의한 예상도이므로 실제 정책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안산-수원-오봉(화물기지)-부발 사이를 이으면 일렬로 정렬할 수 있는 화물운송망을 평택으로 빼면 안산-평택과 오봉-평택, 그리고 부발-평택으로 참새 발 모양이 되어 버리는데 이 경우 예상 운송규모에 비해 참새 발목만큼 얇아질 오봉-평택 사이의 용량 해결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에이 설마 우리의 호프 갓철도공단니뮤께서 알아서 잘 해 주시겠지…(심드렁)
ㅁ. 판교-여주 간 구간만이 개통되는 지금 당장의 상황으로는 급행 운영이 구태여 필요하지는 않을 듯했습니다. 시승행사 당시야 시승객이 몰려 ⑨호선을 방불케 하는 만석의 기쁨이 실현됐기 때문에 계획 다이어보다 소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표정 속도가 가히 인천공항철도 또는 신분당선의 달래내재 구간 수준으로 나와 판교에서 여주까지 겨우 오십 분이 채 걸리지 않는 기염을 토했으니 최소한 강남 접근성에 있어서는 완행만으로도 와따급이겠네요.
진짜 급행 도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은 서부구간, 즉 법정노선도 상에서 월곶-판교 사이가 개통되는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때는 명실상부한 경기도 도시철도가 완성되는 날이고, 수인선 직결도 가능해질 때니까요. 개인적으로는 ㄴ의 판교-이매 라이너도 저 때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때는 진짜 판교-이매만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 월곶-이매 식으로 운전을 하긴 하겠지만요.
ㅂ. 개인적으로 여주역과 경기광주역에서 내려 도심까지 얼마나 걸리나 보행으로 시험해 봤습니다. 여주역은 종점이면서 지난 번 영릉 참배를 했던 기억이 나 시험을 해 봤고, 경기광주역 쪽은 거기서 집 근처로 직행하는 시외버스 타고 서울 가려고 일부러 시험을 해 봤네요.
보행한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둘 다 목표지점은 버스 터미널이었습니다.
좌측이 광주 시내, 우측이 여주 시내입니다.
여주 시내와 광주 시내의 도시 구조와 규모가 차이가 좀 있는 편인데 여주 시내는 버스 터미널과 그 근처의 세종대왕 동상이 사실상의 시내 경계선을 형성하는 듯했고, 광주 시내는 그것보다는 커서 시내 변방이라는 평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시내 안쪽에 역사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광주시의 경우 시내 중심인 경안시장과 버스 터미널이 아주 가까이에 붙어 있고요.
개인적인 보행 속도로 측정을 해 본 결과 여주역에서 여주 터미널까지 약 20분, 경기광주역에서 경안시장까지도 약 20분 걸렸습니다.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에 의존하는 철저한 자동차 사회였던 경기 동남부권의 특성상 양 역에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은 칭찬할 만했습니다. 나머지 역사들도 시설에 있어서는 비슷해 보이고요.
그리고 일본이었다면 금방 모자라게 될 거라고 나무랐을지도 모르는 부분이지만, 자전거 주차대도 잊지 않고 각 역사마다 구비해 놓았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었습니다. 경기 동남부권의 시내는 전체적으로 인구에 비해 상당히 비좁은 편인데, 그 시내로부터 역까지 도보 20분이 걸린다면 다른 교통수단과의 병행 이용이 거의 필수적으로 요구될 테니까요. 제가 일본에 있던 시절 가장 가까운 역 두 곳이 보행으로 25분이 걸렸는데 그 때만 하더라도 자전거에 의존을 아주 많이 했죠. 한국의 자전거 인구 비중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역사에 자전거 주차대를 비치하는 작은 센스가 자가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만 여주역의 경우 지름길이 될 수 있는 도로가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또 횡단 시설도 부족하여 역 이용의 장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역사 개통으로 여주시 차원에서 신설 도로를 놓기는 했지만,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시내 입구까지 5분 정도 더 걸리는 우회구간이라는 문제도 있으니까요. 경강선을 탈 수 있는 역 중에서는 시가지(또는 읍·면 소재지)와 가장 먼 역이라는 특성을 생각하면, 여주시의 빠른 대책 마련도 요망됩니다.
이외에도 역사에 편의점(과 그것이 들어올 자리)이 없다는 점도 좀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역사 자체를 버스 환승센터로 만든 것은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하고요.
경강선의 이번 개통 구간은 이 노선을 가칭인 ‘성남여주선’이라 부르던 시절에 철덕질을 시작하면서 꼭 보고 싶었던 노선 중 하나인데, 기대가 아주 큽니다. 어째 심상치가 않은 문제투성이 노선처럼 서술을 했지만,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