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람되지만 정의내려 봤습니다.
시대적 배경이란 문학 작품 등의 컨텐츠에서 특정한 시대를 유추할 수 있는 장치를 의미합니다. 물건이나 특정 행위를 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 한때 유행하던 추억의 유행어 등이 그 예시가 될 수 있지요.
그럼 시대적 배경은 어떻게 작품 속에 들어가느냐…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노리고 넣은 시대적 배경, 그리고 우연히 얻어걸린 시대적 배경.
전자인 ‘노리고 만든 시대적 배경‘은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현재보다 몇 년 이상 전 과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만들 때 많이 넣습니다. 이건 국어과 교과서에서 자주 볼 수 있죠. 국어 시간에 배우는 시대적 배경은 주로 이 쪽이기도 하고요. ‘흰 종이수염‘이라는 단편의 ‘활동 사진‘이라는 단어가 그 예시라는 게 아직 기억에서 안 사라지네요. 프리 시리즈에서 이와토비 아이들이 쓰는 휴대전화기도 훌륭한 시대적 배경입니다. 08-10년에 많이 쓰던 기종이라네요.
문제는 ‘우연히 얻어걸린 시대적 배경‘인데…
이것은 작품을 만드는 ‘지금’을 사는 작가가 바로 그 때의 ‘지금’의 생활상을 기준으로 작품을 만들면서 넣게 되는 ‘지금’의 소재라고 정의내려 보겠습니다. 현대의 기술이나 물건 중에는 시대가 지나면 쓸모없어질지 아닐지 알기 힘든 것들이 꽤나 있습니다. 잠시 후에 나올 피처폰이나 역사 게시판 XYZ라든지. 좀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서울 도시철도의 종이 승차권도 여기 해당이 되겠네요. 90년대 형사물인 ‘투캅스‘에서도 시대적 배경으로 의도한 게 아닌데 시대를 유추할 수 있는 장치로 변질된 것이 좀 있죠. 타자기, 공중전화, 1차 철수하기 전의 타코벨, 세상은 요지경, 서태지‘와 아이들‘ 카세트 테이프 등.
좀 이상야릇한 예로 2016년 신도쿄시를 배경으로 하는 에반게리온의 세가 새턴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애니가 언제 만들어진 건지 뽀록(…..)나는 장치죠. (세가가 언제 콘솔사업에서 두 손을 들었더라? 내가 그 2016년에 ‘레트로 게임 벼룩시장’에서 새턴 타이틀 업어왔는데. ㅋㅋㅋㅋㅋ)
틈 날 때마다 제가 두드려 패는 작품 ‘노노노노‘의 경우 작가의
“훗날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에 위화감이 들지 않게 작품을 만듭니다.”
라는 발언이 얼마나 완벽하게 실현이 어려운지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공정증서원본등불실기재죄를 저지르는 주인공 노노의 범행 동기는 바로 ‘스키 점프에는 여성 종목이 없다‘였기 때문이었는데 작품이 연재되던 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 때 여성 스키점프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고 14년 소치부터 정식종목이 됩니다. 당연히 평창에서도 정식종목으로 개최되는 경기장이 있는 걸로 알고요. 잘은 모르겠지만 도중에 소드마스터 야마토처럼 급히 연재종료를 한 이유도 그런 작가의 신념 때문에 “내가 이러려고 노노노노 연재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가 꽤 크지 않았나 생각하곤 합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바로 트위터의 이 트윗타래 덕분이었습니다.
[참고자료] 근래 라노벨과 애니에서 ‘학원 연애물’ 장르 몰락에 관하여 http://bbs.ruliweb.com/news/board/1002/read/2135529 … 진짜 스마트폰이 문화기술사회전반에 폭탄…
(트윗타래 리퍼런스: https://twitter.com/Dangerplanet/status/899610813874421760)
여기 나오는 소재들(XYZ 게시판, 공중전화)이 바로 ‘의도하지 않았던 시대적 배경’들이죠……지금을 사는 이들이 지금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한참 지나서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를 알 수 있게 하는 장치들. 신세대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우리가 시대적 배경이 현역이었던 경우를 많이 경험한 늙은이들(…)이라는 뜻이에요. 으헝헝.
우린 다들 그렇게 늙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