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최대의 만화 축제에 들러 보고 느낀 점을 짚어 봤습니다.
코믹콘 오키나와는 다른 지역 코믹콘과 달리 평소 민간인 접근이 제한되는 챠탄의 해병대 부대에서 열립니다. 원래부터 오키나와 주둔 미군부대에서 지역 친선을 위해 민간 개방(일본인. 좁게는 오키나와 현민)하는 일이 흔했던 모양이에요. 덕분에 공짜로 회장 출입이 가능한 대신, 보안 검색을 공항 출입국급으로 빡시게 합니다.
사실 이 글을 찾아내 읽으실 분들에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건데, 덕분에 오키나와 코믹콘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주일미군 영내개방 축제로 분류되고 원칙적으로 ‘미군 dod 카드 소지자나 일본 국적(임을 증명 가능한 신분증 소지자)만 참여 가능’합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 행사장 진입시까지 망설였던 게 ‘아 못 들어가면 오늘 일은 그냥 무덤까지 들고 가나…’였습니다. 하지만 저 규정이 ‘미군 관계자랑 일본인 이외 출입금지’를 뜻하는 건 아닌 모양이더라고요. 보안검색을 신체 탐지기-소지품-신분증 확인 순으로 진행하는데, 마지막에 냈던 면허증에서 제3국 출신임을 들켰습니다. 이름을 로마자로 박은 바람에…그런데 안전원 분이 “어..그럼 님 국적 어디셈?”이라고 해서 “한국이여…”라고 했더니 “저리 가!”라고 안 하고 “그럼 국적 증명 되는 신분증 없음? 패스포트라든지 ㅋ”라고 해 주신 덕분에 재류카드를 보여드렸네요. 제3국 출신이어도 금지는 아니고 ‘미국 우방국이면서 국적 및 신분이 동시 증명 가능한 사람’이면 참가를 시켜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거주자가 아니라 단기 여행객은 여전히 모르겠네요. 아니면 미군 관계자(=dod 카드)랑 일본국적자랑 동행한다면 단기여행객이어도 참가에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홍보는 영내행사 치고는 꽤나 요란(?)하게 하는 편이었는데. 두 주 전쯤부터 미군부대 철조망에 코믹콘 오키나와 포스터가 붙은 걸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포스터 사진은 없지만 대신 행사안내 카탈로그가 거의 비슷해서 한 컷.
입장 증명은 두 개로 하는데 우선 다른 컨벤션 박람회에서도 자주 쓰는 종이 일회용 팔찌와 목걸이 태그를 걸어 줍니다. 적어도 도장을 찍어 주는 서코보담 덜 귀찮은 증표죠.
부대가 하도 넓어서 주차장에서 보안검색대, 그리고 행사장으로 쓰는 건축물군 사이를 걷기 좀 귀찮았습니다. 하필 오키나와라 서울로 치면 8월의 땡볕도 그대로고. 서울(한국 수도권)에서 이 짓이 가능한 컨벤션센터는 제가 알기로 킨텍스 정도밖에 없…죠????? 같은 시간에 서코 열었고, 십 년 전엔 계절 워터파크도 열었던 그 킨텍스. 영내 사진은 덜 찍었는데 간단히만 보여주자면 대략 이런 느낌.
그리고 주차 관리를 해병 헌병들이 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도 차량 출입 이 양반들한테 받았으니까요.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라 할까요? 오키나와 섬은 차 없이 못 사는 환경이라서요.
본 회장은 농구경기장을 쓰는데 다른 영내개방행사 때도 여길 쓰는 것 같았습니다. 단독 규모 자체는 세텍(학여울)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사진 바깥 좌우에 농구골대가 있고, 더 먼 쪽에도 골대가 있어요.
회장 내는 크게 기업 판매 부스, 일반 판매 부스, 기업 홍보 부스, TCG 구역, 비디오 게임 구역 등으로 나뉘어 있었어요.
컨텐츠 총평을 하자면…개별 구역의 컨텐츠는 서코에 비하면 빈약한 편인데(특히 개인부스가 거의 없었음), 컨텐츠 유형별 구역이 워낙 많아서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해 봤어’라는 인상은 잘 들더라고요. 한마디로 할 게 넘쳐나요. 또 스탬프랠리까지 있어서 영내 시설 마스터하고 싶은 분들(밀리터리 좋아하시는 분들)은 도시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요.
특히 명사 초청 이벤트에 공을 무진장 들인 티가 나는데 한국군의 용사의 집(회관)에 해당하는 건물인 오션 브리즈를 통째로 써서 노자와 마사코 선생님(오…오공이!!!), 필 라마 등을 불렀을 정도.
본 회장인 농구경기장에서도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는데, 우선 해병대 와이파이를 자유롭게 쓸 수 있었고요,
대략 이렇게 생긴, 들입다 큰 노오란 선풍기도 군데군데 놔둬서 참가자들 더위 대책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코스어들은 의상 특성상 열사병 오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군데군데 선풍기 앞에서 쉬는 사람도 보였네요.
코스어 측면의 경우는 일단 코스프레를 한 상태 그대로 회장에 출입해도 상관이 없었고요, 중간중간에 사진 촬영 제의를 받는 일도 자유롭게 이뤄졌습니다. 서코에 비하면 확실히 자유로운 덕분에(의상 제한 없음, 코스한 채 출입 제한 없음)숨통이 트겠던.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의상을 싸들고 와서 회장에서 갈아입고 나올 때 다시 평상복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그 분들을 위한 탈의실/메이크업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려나요. 자가용 끌고 오신 분들이야 문제가 그렇게 되진 않았겠으나…코스어들의 주 장르는 마블/DC, 원나블, 드래곤볼 등이었습니다. 대체로 미국이랑 일본 양 쪽에서 인지도가 높고 성별 편향성이 적으면서 유행을 덜 타는 장르 코스프레가 많았어요. 가끔씩 하츠네 미쿠랑 시마카제가 보였고요. 타이밍 오져따 싶었던 게 페이트 시리즈의 세이버 갑주 코스하신 분…지금 페이트 헤븐즈 필 상영 중이져? 아쉽게도 페르소나 코스프레나 아이돌 장르(아이마스, 앙스타, 럽라 등등)코스프레는 없었어요….사실 페르소나 장르 있었으면 하고 벼른 행사였는데. 우리 아라시오 코스프레야 당연지사 못 봤고 ㅋㅋㅋㅋㅋㅋㅋ 으악
오늘따라 사진 찍어도 되냐 요청할 용기가 안 나서 코스 사진은 이 분만. 나름 기발하고 또 엉성해도 재미있는 코스프레 많이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인형옷 사/만들어 온 분들도 있었고. 시마카제 코스프레 하신 분들은 또 오늘따라 부럽더라고요. 얘는 의상 특성상 지금 오키나와 한낮 날씨에 입고 활보하면 수영복 차림이 안 부러울 정도로 시원한지라.(아 내가 공개적으로 “시마카제 코스의상 부럽다!!”라는 글을 남겨 보기도 처음이네.)
시마카제 옷 딱 그거예요. 열대 휴양지 수영복 도형에 착용감까지 쥑여주는(이하생략
개인 부스가 적었던 이유는…아무래도 한국 수도권에 비해 한참 후달리는 배후인구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오키나와 코믹콘 배후인구가 서코의 1/20 수준) 아까도 썼지만 애니나 만화 즐기는데 서울이랑 나하가 별 차이가 없어요. 그리고 이 축제 자체가 지금도 성장 중인 점도 있고…작년이 참가자가 꽤 많아서, 이번엔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부분은 아마 조금씩 개선되리라고도 생각됩니다. 코스프레랑 일러스트 공모전도 당연히 있었고요.
기업판매 부스는 가끔 서코의 불법노점 비스무레한 사람들(단 이 분들은 서코랑 달리 정식부스)도 보였네요. 캔버스나 목판에 일러스트 인쇄한 굿즈나 토트백 굿즈 등등도 보였고요.
특이한 부분이 오키나와 관광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낸 부스들도 있단 점이었는데 주로 류큐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사진처럼 빙가타 염색체험이라든지. 현지 산업 진흥대회 성격도 있는 축제 같았어요. 공식 스폰서에 오키나와 월드, 류큐무라 같은 테마파크랑 문비치 리조트 같은 숙박업체가 끼어 있음.
게임 구역은 TCG랑 비디오 게임 두 부류였는데 TCG는 공식 종목이 유희왕, 매직 더 개더링, 포켓몬 카드배틀 이렇게 셋이었습니다. 뱅가드나 카오스, 위크로스 등도 있었으면 꽤나 흥미로웠겠네요. 비디오 게임은 마리오카트랑 스플래툰이 있던 것 같고요.
그 외에 일러스트 작가 회지로 요코타 마모루의 일러스트집을 따로 파는 부스가 있었습니다. 그 부스에 있던 사람이 본인이었는진 잘 모르겠는데…살까 하다가 이 분을 알던 것도 아니고 굳이 마음에 두던 그림들도 아니어서 일단 건너뛰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지금도 꽤나 흥미롭고 볼 것이 많은 만화축제였지만 제 장르랑 접점이 없어서 아쉬웠고, 또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많이 기대되는 잠재력 무궁무진한 이벤트라 내년, 내후년에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코보다 인원수나 규모는 작을지언정 볼 거리랑 자유도, 편의성 측면에선 훨씬 나았어요. 앞으로 카미노 오키나(놀러갈게!)나 선테일(캐주얼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지역 출신 유명 향토 아티스트들을 많이 초청한다든지 하면 꽤나 가 볼만한 지역 축제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주요 인바운드 관광객(한국, 도서중화권)들한테도 열려 있고. 도서중화권(타이완, 홍콩, 마카오)출신들도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 미군 부대 출입해도 OK일 거예요? 물론 전세계적으로는 굳이 코미케나 자국 만화축제 놔두고 여기 와야 할 레벨의 축제는 아니지만요.
저한텐 이렇게 오키나와 섬에 앵카 박을 이유 하나가 늘었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