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위한 서울의 SOC 사업

노들 영산

지방을 위한 서울의 SOC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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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라고도 부르는 토목 사업은 간혹 실제로 부설하는 곳과 부설하여 이익을 얻는 곳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수색동의 서울차량사무소부터 서울역까지, 연이어서 서울역부터 금천구청역까지의 복선철도를 한 쌍 추가로 부설하는 사업입니다. 사업지역이 서울특별시계를 결코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 건설사업의 주 무대는 당연히 서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서울 시민을 위해 시행될 사업이 아닙니다. 이것은 서울에서 경기도 밖 지방으로 뻗어나가는 KTX와 이하 낮은 등급의 기차 편성량을 늘려주어 지방과 서울의 교통 편의를 올려 주는, 경기도 바깥 지방 모두를 위한 사업입니다.

KTX라고 서울 오가실 일 있으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시겠죠. 이게 사실은 KTX 전용선로뿐만 아니라 새마을, 무궁화, 그 외 여러가지 상상이 잘 안 될지도 모를 나머지 모든 열차들도 달려야 하는 선로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한국에서 영업 중인 KTX 노선은, 유감스럽게도 완벽한 전 구간 전용선로가 아닙니다. 바로 광명역에서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등장하는 서울의 첫 역, 금천구청역을 끝으로 새마을호 이하 등급이 같이 쓰는 선로와 합류해, 새마을호 이하와 동일한 제한속도로 운행합니다. 이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 16킬로미터 구간 때문에 KTX는 마음대로 열차 증편을 못 하고 있고, 나머지 새마을과 무궁화를 넣을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KTX와 나머지 열차들이 쓸 선로를 떼 놓는 사업이 바로 금천구청부터 수색기지까지(=차량기지 선로.)복선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지으려면 부수거나 이전이 불가피한 시설을 좀 써 보겠습니다.

  • 가디단의 그 수많은 IT회사와 제조업 회사
  • 영등포 롯데백화점
  • 신도림 디큐브
  • 노량진 학원가와 수산시장
  • 용산역
  • 용산 전자상가
  • 이화여대 캠퍼스
  • 경기대 서울캠퍼스
  • 연세대 연희캠퍼스
  • 가좌 행복주택
  • 디지털미디어시티 내 일부 단지.
  • 그 외 선로 연변 아파트 단지와 뭇 단독주택들.

이들 모두가 바로 이 공사를 하기 위해 영향을 견뎌야 하거나 아예 철거가 필요한 시설들입니다. 사실 위의 항목이 전부도 아닙니다. 설사 신설선로 복선 한 묶음만 지하로 부설한다 치더라도 지하부지 영향 평가는 받아야 하는 시설들입니다. 이들이 이전하거나 사라지거나를 감수한다면 지방에서 타는 KTX는 물론이고, KTX가 지나지 않아 대신 타는 ITX-새마을, 무궁화, 누리로 등의 모든 기차의 시간 선택권이 늘어납니다. 하루에 네다섯 번 타던 것을 하루에 열 번 탈 수 있게 됩니다. 서울 오가기 더욱 편해집니다.

그렇다면 이 사업이 지역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왜일까? 지역에서 설득력을 못 얻기 때문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 서울: 편익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당장 명절 특별열차, 휴가철 특별열차 좌석 수가 늘어나므로, 전국민 수강신청의 부담이 줄어듦. 그러나 공사로 인한 부담을 독박쓰게 되는데도 돌아오는 편익이 크지 않음.
  • 인천시, 경기도: 사업지역이 자기 관할이 아님. 다른 철도계획이 많으므로, 기존 경부선은 1호선만으로 서울과의 철도 교통은 만족함. 사업한다고 광명이나 수원에서 KTX 타기 더 편해지는 거 아님.
  • 제주도: 철도 연결 안 됨.
  • 나머지 전부: 일단 ‘서울’에서 하는 사업이란 사실만으로 경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음. 왜 서울에 또 토목사업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경기도 밖 나머지 지역에, 수색~서울역~금천구청 복선철도 증설 사업이 서울을 위한 것이 아니고 바로 지방을 위한 사업이라고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림 나오는 사업이잖아요. 지방을 위해, 서울이 짐을 떠안는 토목사업. 눈에 직접 보이지 않고 체감이나 상상하기 힘들지언정 틀림없이 지방의 편익이 서울이 얻을 편익보다 훨씬 큰 이런 사업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잖아요. 전 이런 사업을 해내는 사람이 진짜 영웅일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것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서울이 없어도 자립 자생할 수 있는 지방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바다 없는 서울’이라는 이야기도 그렇고, 아직까지 서울과의 교통 연계 없이 지역 유지가 힘든 것이 지방의 현실이잖아요. 지금 단계에서는 최대한 지방을 위해 서울이 양보하게 만드려면, 이런 지방을 위한 서울 SOC 사업을 발굴해서 조속히 실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안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