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의 힘(The Learning Habit)서평

노들 영산

숙제의 힘(The Learning Habit)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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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압박이 좀 심해서 간과하기 쉽지만 사실은 아동의 사회성 함양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하고 빼곡한 책이다.

교육학 전공이나 교직이수 경력자라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 교육의 양대 기능인

  1. 지식 계발
  2. 사회성 함양

중에 학교 현장에서(특히 한국의 교육 시장에서)무시되기 매우 쉬운 ②사회성 함양을 학교 숙제와 부모님들이 내 줄 수 있는 생활 과제 부과를 통해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다각도로 소개해 준다. 최후반의 가족 전원이 참여하는 놀이 예시 소개는 지극히 교육학스러우면서도 (미국의) 가정 환경이라면 괜찮을까 싶었던 부분.

사실 이 책에서 정말 뒤통수 맞는 기분😵들었던 부분이라면 미디어 기기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숙제를 안 하게 되고, 집안일에도 참여를 안 하고, 사교성도 떨어진다….라는 부분이었는데, 셧다운제나 게임의 해악 담론의 근거를 학생의 공부시간이 아니라 차라리 사회성 저하에서 찾았으면 그동안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의 반발을 거세게 맞아야 했을까 했던 부분이었음. 셧다운제 토론 나올 때는 찬성측의 억지 근거가 문제시되던 기억도 나는데……책에서는 어떻게 미디어 기기의 장시간 이용이 사회성 문제를 유발하는지 실제 사례와 통계자료를 들면서 차근차근 보여 준다. 여태까지 살면서 “게임 그만 해!”라고 말하는 목소리 중 가장 논리적인 전개였음.

(잠깐 개념의 조작적 정의를.... 책에서 ‘미디어 기기’라고 부르는 물건은 티브이, 전화기(맛폰), 콘솔 게임기, 컴퓨터 등 음성/영상/게임 등의 재생이 가능한 모든 전자기기를 말한다.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게임이 작동되는 기계’모두와 거의 겹칠 거다. 미디어 기기를 잡고 게임을 오래 하는 것도 문제지만 동일하게 문제가 되는 것으로 SNS에 시간 쏟기가 나온 게 무척 흥미로웠다. 간과하기 쉬운데 결국 미디어 기기 잡고 논다는 점에서 같기 때문이다. 뭐 당장 나조차 이걸 트위터에 쓰는 데서 설득력이 급전직하하고 있지만😅 )

그럼 여기까지 왔다면 사실 ‘미디어 기기 그만 잡아라’라고 말하는 건 쉽다는 것도 유추가 가능하다. 괜히 셧다운제 생긴 게 아니고 저 말을 들은 적 있는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닐 테니까. 문젠 그럼 학생들에게 미디어 기기 사용을 줄이고 사회성 함양을 시키느냐….인데, 책에서는 ‘숙제 습관’이라는 방법을 제시한다. 기기 종류에 관계없이 미디어 기기 사용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고, 학교 숙제를 하는 시간을 숙제의 난도에 무관하게 일정하게 학생의 학년×10분(중학교 3학년 이상은 90분으로 홀드하되 30분 정도 더 줄 수 있음)으로 주면서 해당 시간 동안 숙제 이외 다른 활동을 하지 않게 하는 방식. 너무 일찍 끝나더라도 숙제 시간을 중단하지 않게 하고, 남는 시간에 책을 읽히거나 다른 학습 활동을 유도하는 식으로 시간을 고정시키고, 너무 오래 걸리거나 어려워하더라도 결과를 평가하지 않는 식으로(사실상 시험 치르는 것처럼)역시 시간을 고정시킨다. 그러면 완전 고정된 숙제 시간에 집중력을 발휘해 최대한의 성과와 성실성을 끌어올릴 수 있게 한다. 이때 학생을 컨트롤하는 방법이 ‘이 시간에 이 활동 이외에는 하지 않는다. 이 활동을 다른 시간에는 하지 않는다.’라는 약속이다.

이 숙제 시간 규칙이 정말 별 것 없어 보이지만 동일한 방식으로 집안일 참여와 다른 생활 계획을 조정하는 데 쓸 수 있다. ‘제한시간’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능률을 높이기. 그 이외에 시간 관리 시키기, 관계 해치지 않는 좋은 대화법, 일단 꾸준히 뭔가를 하는 것이 가치 실현이다 등등 사회성 성숙에 중요한 내용이 정말 많이 나온다. 솔직히 이걸 22년 전에 알았더라면…하는 생각이 읽을 때마다 내내 들었던.

가정 교육과 학교 현장에서 지식 계발에 대한 부분은 지겹도록 강조되는데(성적 평가와 시험. 시험.)사회성 함양은 아무도 대놓고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그걸 사회적 기술이 타고 나서 알아서 어깨 너머로 배울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직접이라도 익혀야 하는데, 차라리 사회성 함양을 위한 트레이닝을 이런 식으로 직접 시켜 주거나 책으로라도 배우고 현장에서 부딪쳐 보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뭐 혐오가 디폴트인 사회에서 그걸 기대하려면 너무 큰 기대겠지😓

그 이외에 추가로 나오는 내용이 ‘체육 활동을 하나 할 것’이었다. 음, 제 주변에선 링피트가 흥하고 근손실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정도로 신체활동 필요성에 대한 인지는 충분한 것 같아 넘어갈게요. 뭐 여기까지 놓고 보면 결국 타카하시 명인이 항상 하던 명언과 거의 비슷해요. “게임은 하루 한 시간만.”이요.

학부모 집단의 무서운 공기 때문에 임기응변으로 말했다는 후문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참 명언을 남기신 타카하시 명인🥺

저 ‘게임은 한 시간만’이라는 말에은 그냥 그걸로 끝이 아니라, 나머지 시간에 공부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라는 의미가 숨어 있는데 이 책은 그럼 그걸 어떻게 컨트롤함?을 깨알같게 다 적어 놓고 거기다가 다른 사회성 팁까지 붙여 놓은 해설 버전.

무척 감명 깊게 읽었고…..이미 한 번 독파했지만 내용 암기차 몇 번 재감시도를 할 것. 하지만 책에 문제점이 없지 않은데요,

우선 이렇게 세세하게 자녀를 관리하려면 그만큼 자녀를 오래 지켜보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경제활동은 물론, 가정의 가사노동 부담도 어느 정도 수준 이하여야 이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임. 물론 책에서 꾀하는 학습 양육 목표는 자녀가 알아서도 잘 하는 자율 숙제 ‘습관’을 붙여 놓기이지 항상 관리감독하기가 아니지만, 그 습관이 들기까지는 결국 몇 번의 반복과 시간 투자를 피할 수 없음. 당연히 학부모 노동의 영역.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의 현실에서 이 프로그램을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가정은 무척 일부로 한정되지 않을까 하는 한계가 느껴지더라고… 하물며 같이 하는 육아가 안 되어 독박육아를 성토하는 현실에서.

또 학부모의 역할 중 중요한 것이 ‘학부모가 모범을 보일 것. 학부모도 티브이 맛폰 컴질은 하루 한 시간만.”학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즉시 성과를 보이지 못하더라도 성과를 평가하지 말고 노력을 칭찬할 것.”아이가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나서서 막지 말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질 수 있게 놔둘 것.’인데, 이게 하나라도 가능한 부모라면 부모로서 정말 놀라운 일임. 학부모는 초인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와 마찬가지로 놀고 쉬고 싶고, 자기가 기르는 자식의 능력치와 성과가 기대보다 낮다는 사실을 알면 화 낼 가능성이 높으며(이건 추측이다. 따라서 완벽하게 알진 못한다), 아이가 잘못된 결과로 치달으려면 당장 나서서 막고 싶은 것이 부모 인지상정임. 이 난관을 모두 뚫고 기어이 자식에게 자율적 숙제 습관을 박어낳는데 성공한다면 그 자식은 기필코 국사무쌍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간을 뛰어넘는다고.

길고 지루하게 썼는데 결국 이 책에서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려면 부모 자신들부터 바뀌어야 한다’인데, 부모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조금 흐릿했던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듦…….정말 현실에서 적용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우리라 생각하고, 아까 국사무쌍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모든 자녀가 국사무쌍이 될 수 있다면 ‘무쌍’이 아니게 되겠지. 😓

책 내 내용의 구성상 문제도 짚어 보고 싶은데 우선 설득력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통계자료를 많이 인용한 건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그래프의 X축과 Y축을 1사분면의 것으로 꾸며 놓으니 이렇게 X절편 값이 원점에서 멀어질수록 오히려 작아지면 다음과 같이 그냥 한 방에 속아넘어가게😵된다. 제발 좀.😡

진짜 내가 그래프 볼 때 몇 번이나 고개 갸웃했는 줄 알아💢💢 한편 개인적으로 읽고 ‘は? 어딜 도망가!’했던 페이지는 여기였는데,

그래프를 보면 학업 목표가 아예 없다가 늘어나면 성적은 올라도 정서적 안정도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읽히는데 위의 문장을 봐요. 40%가 정서적 문제가 줄어들었대………….🤦‍♂️……그래프 맞게 안 갖고 오실래요💢😡 셧다운제 찬성측 특유의 억지 엄벙뗑을 여기서도 보는 걸까 싶어서 마음이 좀 아팠어요 제가…😭 도대체 저 그래프 어디서 정서적 문제 감소와 학습목표 설정 상관관계가 나오는데요.

여하간…..정말 무겁지만 한편으로 재미있는 책이었고, ‘차라리 이렇게 얘기해 주면 들을 수 있었는데!’라고 수긍하게 만들 정도의 논리력을 자랑하지만 그래프 디자인에 딥빡치는 그런 다면모의 책이었네요. 제1타깃은 애기가 집에 있는 학부모와 그 애기들이겠지만, 자기가 그렇지 않더라도(당장 저부터가 학부모도 아니고 자식도 엄서요)사회성 숙련이 더 필요하다거나 어린 시절을 도둑맞은 것만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 보셨으면 하는 책이에요. 특히 이른바 눈치나 어깨 너머로 사회 스킬이나 커뮤 능력을 올리는 게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남들이 안 가르쳐 주는 방법들을 짱 많이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실상 아동교육 서적의 탈을 쓴 전연령 평생교육서적이라고 생각. 단 현실에서 적용이 어려운 것도 많고, 억지 논리나 엄벙땡 전개가 완벽하게 없는 것도 아닌 점은 주의하셔야. 더구나 그래프 그 따구로 디자인한 거 직접 보시면 안 뿎치기가 더 힘들어.😅그것까지는 감안하셔야.

리디북스 이용하시는 분들은 전자책으로도 읽으실 수 있어요. 출간된 지 좀 지난 책이라 알라딘이나 넹24에도 물량이 좀 있을 거예요. 그럼 타래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