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관련해서 마지레스한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제가 MBTI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사병 후반기 교육이었어요. 동시대 육군 출신들의 경험과 무척 멀리 벗어나는 부분인데, 우선 제가 마친 병역형태는 한국 현역병/예비역 병장 전체의 0.1% 이하에 들어갈 수 있는 형태라고 할게요. 자부심 따위는 없어요. 여튼…제가 후반기 교육을 받을 때 보게 되는 동기생이 100명 좀 넘나 그랬어요. 중고등학교 3-4개 반 정도 규모의 인원이죠. 동기병들의 알 거 다 알게 되는 자대배치 직전에 문제지 받아서 제출하고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그때 상담관이 동기병들 모여 있는 자리에서 16개 영역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손을 들게 해요. 여기서부터 개인정보 보호 같은 건 민트초코랑 바꿔 먹죠.
저는 당시에 동기병들한테 거의 없던 유형을 진단받았고 다른 동기병들이 저를 일제히 주목했어요. 거의 무슨 심영 연극에 난입한 김두한 바라보는 관객들처럼요. 후반기 교육에서 MBTI진단을 포함했던 의도는 사병 개개인의 성격을 진단하고 이에 따라 더 원만한 군생활을 할 수 있게 (장래 담당 지휘관의) 사병 관리에 힘쓰라는 뜻이었을 텐데, 사람을 대놓고 동물원 전시대상을 만드는 교육 과정 행태에 저는 참을 수가 없어요. 그 결과지를 받아 들고 자대로 들어가잖아요? 선임병이 짐 속의 검사지를 뜯어 보고 오지랖을 부려요.
개인정보를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 검사 결과로 인격을 모욕받은 입장에서 나중에 ‘MBTI는 재미있으라고 만든 것이다’같은 소리를 들으면 참 기분 좋았겠어요. 함부로 MBTI 이야기를 할 거면 좀 생각하고 했으면 하는 소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