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을 어떻게 생각하면 저딴 소리가 나올 수 있어요? 기다려 봐요. 저 할 말 많아요. 특근기간에 몸 축내면 안 되는데 이건 넘어갈 수가 없어.
저는 예비역 해경 전경 수경 예비역이에요. 곧 예비군에서도 자동퇴역되는 기수고요. 명예는 2014년 4월 16일에 친히 해경께서 걷어차서 민트초코 바꿔 쳐드셨으니까^^솔직히 병역면제자보다 못해요.
해경의 업무로는 국내 어민들의 어업권 보호하기 위해 중국어선 등을 퇴치하는 어로 경비, 여객선 안전관리, 해상 형사사건 관리 등이 있어요. 이런 공무조직에서 전경(현재 의경)이 맡는 일들은 경찰관이 다 할 수 없는 자질구레하고 심지어 사람으로서 쉽게 하기 힘든 일들이에요. 육상/해상 부서를 막론하고 신임의경으로 전입한 의경들은 부서의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요. 청소와 함정 유지관리 그리고 취사업무(부엌일)까지. 가정에서 분담 문제가 항상 불거지는 그 ‘가사’를 최하위 계급인 의경의 최하급 기수가 명령받아 전담하고 조금만 잘못되어도 경찰관과 상급기수 의경에게 기합을 받았죠.
이들 취사의경에게 쉬는 시간은 없어요. 정박 중에도, 출동 중에도, 지정휴무일에도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 삼시세끼를 준비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올라가고 점호 끝날 때까지 취사장을 밀어야 해요. 가사업무가 으레 그렇듯 칭찬은 거의 들을 수 없고 구박은 매우 받기 쉬워요. 취사의경이 후임을 일정명 이상 받아서 취사열외를 해도 실상 마찬가지예요. 경찰관이 호명하면 자다가도 달려나가야 하고, 간혹 해상에서 전투작업에 들어가서 격투에 들어가는 일도 잦아요. 절대 그냥 놀 수가 없어요. 전환복무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달라지는 부분이야 있겠지만 공무원의 일원으로서 상상도 못 해보는 일에 상상도 못하고 명령이라서 불려가다가 크게 몸을 상하거나 목숨을 잃는 일도 허다해요.
또 어떻게 되었든 공무원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원으로서 어떤 자세와 원칙을 지녀야 하는지 배워야 해요. 그렇지 않은 대원은 명령에 의해 마땅히 처벌과 징계를 받아요. 군대가 사회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료제 사회의 조직으로서 공통점이 적지 않고 그에 따라서 사회 경력으로 적게나마 인정해 주는 이유이기도 하거든요. 솔직히, 해경 의경은 국민 앞에서 그 명예를 스스로 배신한 죄 때문에라도 사회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해도 할 말이 없어요. 그러나 다른 형태의 모든 병역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병역을 마친 나머지 모든 사람을 모욕하시는 거예요. 한국에서 모든 병역은 다른 나라와 대조했을 때 지금보다 더 많은 보상과 표창이 필요함에도 아직도 충분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에요. 그런데도 의무복무로 군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이 소풍 놀러 가는 것으로 보이세요? 지금 그렇게 보란 듯이 쓰신 핸드폰 만지고 히히덕거릴 수 있게 된 것이 한국의 병역복무에서 이제 1년도 될까 말까 해요. 그것도 일과 끝난 다음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고 일과 중에는 업무에 매달려야 해요.
제가 힘이 없어서 화도 안 나요. 하나만 아셨으면 좋겠어요. 병역복무는 받는 사람들도 받고자 해서 받는 자유의지의 퀘스트가 아니에요. 이것을 인지하시고 군 경력에 대해 논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여기까지 제가 쓴 내용이 허무맹랑한 변명으로 읽히신다면 네,그런 분들과 구태여 의견을 나누고 소통을 하는 것만큼 미련한 일이 없을 것 같네요. 그동안 이 블로그의 글을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했어요.
다시는 제 인생에서 나타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