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저 노들 영산은 서울 및 수도권에서 사는 동안 자가용 운전 생활을 하지 않았으며 제 신념에 근거하여 앞으로도 서울에 살 경우 자가용을 굴리지 않을 것임을 다짐함을 미리 적어 둡니다.
도시로서의 서초, 강남, 송파구의 북부와 중부 일대를 일컫는 강남은 바둑판식 최소 4차선 이상의 도로와 강북지역과의 빈틈 없는 교량으로 이어진 계획 도시입니다. 또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서울의 핵심 버스 터미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안쪽으로 강남에서 시작하는 많은 고속도로들은 강남이 비수도권과 경기도 동부지역에 권위를 가질 수 있는 중요 교통로입니다. 강남의 도시철도는 이런 호화로운 도로 아래를 지나는 도시의 또다른 상징이기도 합니다. 유난히 짧은 역과 역 사이 거리에, 역마다 빼놓을 수 없는 번화가가 강남의 역세권 하면 으레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이런 교통 정책 배경 아래 나라에서는 이 지역을 대놓고 밀어 줍니다. 주요 관공서, 컨벤션 센터, 도시 공원, 초중고등학교, 전국의 규모 있는 기업. 모두 강남으로 몰립니다. 그 결과가 비단 서울의 국부가 아닌, 공고한 성채로서의 강남입니다.
강남이라는 성채에서 나오는 과실은 강남만의 것이 아니고, 한국 사회 전체가 밀어 주고 쌓아 올린 한국 사회 전체의 과실입니다. 이것은 성채에서만 썩히지 않고 성채 바깥으로 배분되어야 합니다. 강남이 이룩하는 부를 나머지 지역에서 함께 누리기 위해서는, 적은 돈과 시간으로 운전능력이나 운동능력 없이도, 어떤 교통약자들도 이동 수단으로 쓸 수 있는 대중교통이 나머지 지역과 막힘 없이 다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대표주자인 철도는……우선 버스보다 운송량에서 뛰어나고 장벽이 낮은 일반철도역이 오랫동안 강남에 없었습니다. 고속선 전용인 수서역은 겨우 4년을 채웠을까 말까 하고 그나마도 외곽에 있어요. 빈 틈 없이 어떤 지역보다 밀도 있게 다니는 것 같은 도시철도, 즉 지하철은 분명 역외 다른 지방에 비해 풍부한 전철역 수와 밀도를 자랑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수도권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한 경인/서남부축과의 동서선만을 몇 겹으로 중복 부설하고 다른 방향으로의 연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비효율성의 표본입니다.
또한 물리적으로 먼 거리의 영등포권을 짧은 시간에 수송할 수 있으려면 급행전철이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2009년에야 지어진 9호선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국 교통 정책에서 철도 홀대로 말미암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강남과 강남 아닌 곳의 거리감을 높여 강남을 그들의 성채로 만드는 결과를 불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기성 도심인 강북과 강남은, 도로로는 물리적 장애물인 남산과 한강을 무시하고 지은 남산터널과 한강교량이라는 도로 구조물과 뭇 교량으로 촘촘히 이어져 있지만, 전철로는 우회하는 노선들 이외에 3호선 하나로 둘 사이의 거의 모든 교통량을 감당시키는 현실입니다. 물론 3호선은 강남 역내에서 몇 번 또아리를 틀고, 급행운행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는 물리적으로 구도심과도 벽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강남의 부와 권력을 한국 사회 모두에게 배분하기 위해서는 철도 노선을 여러 방향으로 고르게, 물리적으로 5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모든 지역을 향해서는 완행/급행/특급 등의 운용으로 강남을 외지에서 보다 가깝게 드나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쓴 것이 강남 집값 올려 주기 위해 이렇게 쓰는 것이 아님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남의 부와 권력은 우리 모두의 것이어야 하고, 강남에 살지 아니하는 사람들도 취하기 쉬워야 합니다. 들어가기 쉽고, 그만큼 기업과 시설이 나가기도 좋게 만들어야 강남에 집중된 부와 권력을 외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강남은 강남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남의 교통시설은 양 측면에서 무척 풍부하지만, 아직 강남과 다른 지역과의 교통은 불편한 것이고, 더욱 편하게 만들어서 강남만이 누리는 모든 것을 해체해야 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강남의 교통 기반 시설은 불편하다’라고 썼던 것입니다. 우리는 더욱 많이 나누어야 합니다. 그것을 나누기 위해 있어야 할 강남과 역외 간의 교통은 여전히 불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