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본 고향 산천: 십 년 동안의 고향 풍경의 변화.

노들 영산

꿈에 본 고향 산천: 십 년 동안의 고향 풍경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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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나루의 보배 고구동산: 2004년과 2014년

위 사진은 2004년과 2014년에 각각 폰카와 디카로 찍은 사진입니다. 한국에서 살 때는 시간이 날 때마다 고향 노들나루의 뒷산인 고구동산을 찾아 풍경을 찍어 남기곤 했습니다. 2004년의 폰카는 일반적인 디카보다 사진 화질이 크게 뒤떨어지던 시절이니, 차이가 더 도드라져 보이네요.

2004년 11월: 90년대 고구동산과 크게 달라진

왼쪽 2004년은 그 해 가을 끝무렵이었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무척 음울하고 막막한 시기를 보내던 때였습니다. 고구동산을 등지고 먼 곳으로 이사를 간 뒤, 4년 넘는 기간 동안 고향 뒷산을 찾을 방법도 모르고 찾을 이유도 없어 들르지 않았었죠. 몇 년을 잊고 살다 마음의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던 그 시절 갑작스럽게 ‘고향 뒷산을 찾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되어, 무작정 발걸음을 고구동산으로 옮겼더랬어요.

오랜 기간을 두고 찾은 고향 뒷산은 그 풍경이 놀랍도록 크게 바뀌어 있어 새삼 놀랬던 기억이 납니다. 이전까지 고구동산은 산 중턱까지 주택가와 달동네가 들어서 있고, 달동네 너머 숲은 그 넓은 자리 가운데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더욱 좁았습니다. 그러나 4년 동안 달동네 주택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었고, 그 대신 산 속으로 헤집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조금 더 늘어난 채였습니다. 여기에 고향 뒷산에 한강과 서울 도심을 굽어볼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2014년 3월: 서울을 담은 고구동산

오른쪽 사진은 후에 전망대가 생기고 제법 한강과 서울 도심을 조망하기 더 좋아지면서 디카로 찍은 사진을 파노라마로 합친 사진입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이 전망대 인근은 크게 변하지 않고, 다만 한강 너머 풍경이 조금씩만 바뀌니 심정적으로는 같은 모습을 최대한 오래 잃지 않아 편안한 기분이네요.

이렇게 어떻게든 담았던 2004년의 사진들을, 그때에 비해 좀 더 여유가 있던 2014년 봄에 찍은 것 중 최대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볼까 합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올수록 서쪽에서 동쪽 방면으로 시선을 옮기고 찍은 사진입니다.

2004년과 2014년 대조: 가칠목에서 공덕 방향을 바라보고

고향 뒷산은 5월에 철쭉이 아름답게 피는 곳이었지만, 벚나무가 빽빽한 곳이란 사실은 살던 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2004년엔 벚꽃이 피지 않는 시기에 들렀으니, 벚꽃이 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한참 더 세월이 흐른 뒤였습니다.

2004년과 2014년 대조: 래미안트윈파크는 원래 어떤 땅이었는가

두 번째 사진에는 없었다가 좌측에 갑자기 솟는 아파트가 있는데 바로 오늘날의 래미안트윈파크입니다. 자연마을인 가칠목과 옛 노강서원 터가 있던 곳을 점유하고 마포에서 홍대 사이를 가리게 됐죠.

2004년과 2014년 대조: 고구동산의 21세기가 20세기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세 번째 사진에서, 오른쪽 아래 보이는 아파트가 제가 고구동산을 떠나고 새로 들어선 아파트입니다. 또 버드나무가 가리는 틈 사이로, 한강대교 건너편 용산의 국제빌딩과 남산 서울타워가 훤히 보이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네요. 안 되는 화질과 옹색한 사진 크기에 아랑곳 않고 기어코 이 풍경을 담아가고자 했던 의지가 먼 시간을 넘어 느껴지네요.

2004년과 2014년 대조: 노들 강변 봄버들이 무색하게

십 년 사이 버드나무가 앙상해진 것이 조금 안쓰럽습니다. 10년 동안의 사진을 대조하고 나니 그제서야 앙상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네요.

2004년과 2014년 대조: 중앙대도 언제나 같은 모습을 하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

여기까지 63빌딩, 한강철교, 노들섬, 한강대교, 중앙대 흑석캠퍼스 방향을 바라보고 찍었네요. 중대 캠퍼스에는 신축건물이 들어섰는데, 원래 있던 건물은 기억도 나지 않다가 사라진 걸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아예 90년대 같은 장소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었으면 좋겠지만, 디카는커녕 폰카라는 개념도 생소하던 시절이니 사치겠지요. 과거는 항상 보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곤 하지만 살던 바로 그때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