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노들나루를 품은 동작구는 오늘날(2021년) ‘지하철 부자도시’로 불립니다. 그만큼 빽빽한 전철역 수와 비교적 그럴 듯한 노선망도 갖춰 놓았죠. 하지만 제가 머물던 90년대 동작구는 외곽 번화가 일부를 빼면 오로지 노량진역만을 바라보던 산골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마을버스는 언제나 노량진역으로 집결했죠.
노들나루를 포함해 동작구의 많은 지역이 계곡마을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지대가 높아도 야트막한 공원과 달동네를 함께 끼고 있는 모습이 일반적이었어요. 오늘날 동작충효길로 정비된 걷기 코스 중 많은 구간이 원래 달동네 길이었거나 인접한 곳에 재개발 아파트 단지를 찾기 좋게 되어 있고요.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는 힘겹고, 자가용을 몰기에도 좁고 가파른 골목이 많아 마이크로 버스로 달리는 마을버스 노선이 언제나 텔레포트 게이트와도 같았습니다.
무게감 있는 주거입지로 손꼽히는 동작구지만, 한편으로 서울 도심 한가운데 숲과 약수터가 곳곳에 숨어 있는 지난날의 동작구는 상상력을 돋우는 환상과 반전의 고장이기도 했습니다. 듀얼쇼크 컨트롤러를 닮은 이 땅은 언제나 흥미진진한 모험을 기다리게 되는 즐거운 마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