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의 무녀 새겨진 일섬의 등불 총평.

노들 영산

도사의 무녀 새겨진 일섬의 등불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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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가끔 화제가 되던 애니 <도사의 무녀>의, 모바일 가챠게임이다. 18년 3월에 런칭하여, 오늘 섭종이 됐고, 지금쯤 총평을 쓰기로 했으니 바로 시작하기로 한다.
TV 애니메이션 총평을 쓴 적이 있다. 링크 속 총평을 참고하면서 읽는 것도 추천해 드리고 싶다. 당시 총평과 이번 총평 모두 스포일러는 최대한 배제했다.

이 게임 기반 오리지널 스토리 OVA, 미니토지, 라노베 류큐검풍록 등은 존재한다는 사실만 쓰고, 여기서 자세하게 다루지 않기로 한다. 아직 이들을 다 보지 않았다.

(상업)예술적 면모에서.

캐릭터 조형과 음악 사용은 TVA와 동일하게 훌륭했다.

음악은 비장해야 할 때와 웃을 때의 분위기 조절에 충실했고, 스토리를 무리없이 뒷받침해 줬다.

캐릭터 조형 또한 그렇다. 캐릭터 원화가인 시즈마 요시노리는 2010년대를 대표한다. 그의 수려한 원화와 이를 기반으로 만든 3D모델이 이 게임을 다운로드하게 하는 원동력이었으리라 믿는다.

캐릭터 디자인 및 활용에 대해선 몇 번 다른 각도로 짚을 텐데,
제작시에 타 장르 콜라보를 많이 의식하지 않았나 싶다. 콜라보 이벤트 당시 디자인을 보면, 콜라보한 장르에 도사 캐릭터들이 다른 게임보다 조화롭게 녹아들어갔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모드 업데이트 뒤엔 콜라보 카드덱은 전량 삭제된다는데, 몇 장르는 미리 알고 참가해 볼 걸 그랬다.

물화Objectification 이슈 관점에서.

TVA 당시에는 미소지닉한 연출을 배제했다는 점을 긍정평가했었다.

그러나 게임은, 인게임 인물 디자인 일체를 보면, 타겟으로 잡은 듯한 수요층이 그냥 젠더 편향적이다. 😬

개척자적 면모.

뒤늦게 스토리 정주행을 시작한 관계로 결국 그동안의 모든 이벤트 내용을 다 확인하진 못했다.
그렇지만 플랫폼으로서 제법 참신한 시도를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소개한 OVA를 이 게임을 통해서 시청할 수 있게 한 기간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 중 하나였다. 라노베와 OVA에서만 등장하던 캐릭터들을 부연설명 없이 곧장 스토리에 합류시킨 점에서는, 진지하게 게임을 IP 전체의 중앙 플랫폼으로 간주하던 것이 아닐지 싶다. 그런데…

도사의 무녀 게임 트위터 공식계정에서, 서버 종료 직후 올린 공지 트윗과 함께 올린 이별사례 일러스트.
원문) https://twitter.com/tojitomo/status/1453919517806051336?s=21

놀이로서 매력적이었는가?

게임으로서의 참신함과 자발적 의욕 창출 능력은 뒤떨어지는 편으로 본다. 확밀아와 칸코레로 대변되는 일주월간퀘형+TCG형 게임의 근본적인 한계.

개인적으로는 섭종 공지 전후까지 다운로드만 하고 손을 좀처럼 대지 못하겠던 중요한 이유였다. 여태껏 이런 게임은 일상에 영향을 끼쳐 가면서까지 억지로 붙들다가 결국 참여의욕이 꺾여 접는 결말을 맞았기 때문이다.

애니 말고 게임을 이 IP의 근간 플랫폼으로 보는 이유: 스토리

게임이 런칭된 때는 애니보다 두어 달 나중이다. 그러나 ‘개척자적 면모’이슈에서 들었듯, 게임이 그동안 미디어 믹스 전개 전체의 중앙 플랫폼 역할을 한 것처럼 보인다.

스토리 완결을 보고 그렇게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은 별도 해설 없이 알아보기 힘든 면이 있었다. 게임 스토리는 TVA의 이런 빈 부분을 잘 메우면서 애니 이후의 내용까지 자연스럽게 진행했다. TVA를 게임 정도의 호흡으로 느리게 공개한 것도 나쁘지 않았을듯 싶은 아쉬움이 남을 정도다.

몇몇 내용은 TVA와 달라졌는데 개인적으로는 달라진 게임 쪽 스토리가 더 만족스럽다.

게임 도사의 무녀에서 메인스토리 마지막 꼭지를 다 보면 나오는 장면.

서비스 종료가 좀 더 늦거나 한참 오래 유지될 수는 없었을까?

처음 이슈에서, ‘타 장르 콜라보를 의식하고 조형한 듯한 캐릭터 디자인’을 다시 들어 보자. 초기 유저확대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 장기유지엔 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콜라보 이벤트는 몇 년 안에 소재고갈 문제에 부딪치곤 하는데다, 콜라보 이벤트 때만 집중적으로 게임을 달리고 이벤트가 끝나면 게임을 떠나는 체리피킹 하차자들도 자주 나오니까.

‘스토리 완결’ 측면에서는 조금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플랫폼에서의 등장인물들을 한꺼번에 게임으로 합류시켰던 점이 마음에 걸린다. IP관리자 측에서는 다가오는 낭독극 <청하봉등>의 상연과 중계를 예정하고 있고, 작품 활동 의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는 있다. 그러나 그냥 게임 6장을 완결시킨 내용대로 더 이상의 줄거리 있는 플랫폼 제작을 않게 돼도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서비스 종료를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었던 때보다 일찍 서비스 종료를 맞이했기 때문에, 불안감이 작지 않다. 또 나한테 도사의 무녀 시리즈 자체가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한지라, 앞으로 뭔가 좋은 소식 듣기를 기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