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Context Okinawa. 211030(수정본)

노들 영산

No Context Okinawa. 211030(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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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동네를 걸어다니는데 로손(편의점)에 유세차량이 주차된 모습을 봤다. 선거운동에도 무대의 뒷편이 있구나…하는 새삼스런 첫 발견이었다. 자민당이었다.

2. 아시다시피 오키나와에서 자민당은 호남에서 국민의엿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전국에서는 가장 고전하는 편이다.
일본의 중의원 총선은 유권자가 예상하기 힘든 타이밍에 선거기간과 선거유세,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철’이 다가오기 때문에, 선거 운동 철이 한국과는 다르게 다가오곤 한다.

3. 웬만한 선거가 정해진 때에 상상했던 시기부터 치러지는 한국과 다르더라도, 선거 운동에 눈이 가는 것만큼은 같다. 일본에서 차량 업무를 보다가 쉬려면/뭔가를 사려면 편의점에 들르는 게 일반적이긴 해도, 유난히 튀는 튜닝이기 마련인 선거 차량이 편의점 주차장에 있는 건 더 마음에 걸린.

4. 그런데 그 편의점에서 먹을거리 사고 나오는데 도로로 왁자지껄한 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됐다. 뒤이어서 나보다 늦게 나오는 어떤 편의점 이용객이 나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나와

😆😍

↑이런 표정과 함께 열렬히 손을 흔들더라고.
확성기 달린 차량도 자민당 유세차량이었기 때문이다.

5. 오늘은 선거유세 마지막 날이다. 선거 전야까지만 선거운동이 가능하고, 선거 당일부터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한국과 동일해 보임.

보행이동으로 동네를 돌아다닐 때는 돌아다니는 범위 자체가 좁으니까 보게 되는 것도 좁아지지만, 전국에서 제1당 역할을 하는 당이 가장 힘들어하는 지역에서 가장 열심히 선거전을 달리는 모습을 보니까 무척 신선하고 기분 이상한 하루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자동차 안 들어오는 길을 거쳐 다른 도로로 회전했다. 그리고 멀리서 또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의 버스가 확성기를 쓰며 다가오는 것을 봤다.

6. 난 일본 각급선거에 선거권이 없는데, 어차피 선거운동원은 나를 봐도 그런지 아닌지 모를 모습을 하고 있으니 간단하게 손을 흔들어 주고 넘겨볼까 하는 생각에 팔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아뿔싸, 그 버스의 정체는 역시 자민당의 버스였다.

7. 나는 이 정당이 주장하는 정견과 내 생각이 합치되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팔을 거두고 무시할까 2초 정도 고민했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랬다간 벌써 눈을 맞춘 자민당 선거유세원한테 갑분싸가 되는 게 더 멋쩍어서 결국…팔을 흔들어 줬다……😇……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싶었다.

8. 버스에 매달린 자민당 선거운동원이 편의점에서 나를 앞서 달려나가던 그 사람 표정처럼 역시 나를 향해

😍😆

↑이런 표정으로 손을 흔들더라고.
난 선거권자도, 영주권자도 아닌데.

9. 근데 그래도 제법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선거 전야일에, 제1거대여당이, 근데 전국에서 가장 성적 못 받는 곳에서, 선거운동을 가장 열심히 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낀다는 게. 트리플 자민당 겪고 나니까 무척 싱숭생숭한데 앞으로도 느껴볼 기회가 많진 않을 것 같다.

10. 코비드19 정국은 끝이 보이지만, 오키나와의 바다는 요새 갑자기 다시 어려운 위기를 맞고 있다. 선거가 세상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좋은 세상으로 다가가기 위한 세계선 이동의 하나로서 많은 사람이 동참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일본과 오키나와의 중요한 갈림길에 세상을 바꿀 수 있게 부스터를 넣거나, 운전대를 돌리는 데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경험은 값진 경험이기 때문이다.

No Context Okina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