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한국에 20번째 대통령이 새로 취임했다. 오키나와는 올 5월 15일에 미군정에서 일본 정부로 자신들의 소속이 이관된지 50돌을 맞는다. 공교롭게도 새로운 대통령 영부인은 오키나와가 류큐 정부에서 일본국 오키나와현으로 원위치한 해(1972년)에 출생한 역대 최연소 영부인이기도 하다. 오키나와는 72년 5월 15일 이래로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이지만, 앞으로 한국과 단독으로 무역과 민간교류에 나설 수도 있는 잠재적 이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오키나와는 한일외교 현안뿐 아니라, 오키나와의 독자적인 이슈로서 한국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이 따로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새 대통령이 오키나와 사회에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7세기 사츠마 침공, 1879년 유구 처분을 겪으며 오키나와는 독자적 주권을 잃은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45년 오키나와 전투를 겪고 미국이 오키나와를 점령지로 다스렸고, 이후 미국과 일본이 오키나와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동안 오키나와의 입장은 쉽게 반영이 되지 않았다. 미국의 군사 기지와 구체적인 병력을 떠안고, 일본의 행정적 지배를 받는 이중 구조는 지난 50년 동안 오키나와를 설명하는 기본 배경이었다. 미국과 일본, 이렇게 두 세력이 오키나와를 대변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들이 오키나와로의 주권을 행사하며 오키나와 사회에 자행한 폭력과 부조리는 그것이 정말 정당한지 의문부호를 부른다. 오키나와에는 미국과 일본을 대신하여 건강한 파트너로 나설 만한 주변 세력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새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의 대안으로서 자기 자신과 나라를 국제사회의 모범으로 만든다면, 오키나와 사회는 장래 미국과 일본을 대신해 한국과 건전하게 교류하고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새 대통령은 어떻게 오키나와 사회에 모범이 될 수 있을까?
하나, 새 대통령은 한국이 물러서는 안 될 가치를 일본에 손쉽게 내주는 역대 대통령들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현재 한일관계는 무역 보복과 일본 상픔 불매운동(노재팬 운동)으로 험악한 현실에 놓였으며, 코비드19를 구실로 상호 무비자 협정마저 중단되는 등 총체적 난국 상황에 빠져 있다. 한국 사회에 있어 일본은 장기간 국가 경제모델의 모범이었고, 중요한 무역 상대였으며,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문화의 창이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은 나라의 자강을 부르짖었으나, 한일기본조약을 정부수립 이래 처음 맺는 과정에서 장기간 조심스럽게 논의해야 할 의제를 독립축하금과 맞바꿔 졸속 처리한 뼈아픈 일이 있었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은 오늘날의 오키나와처럼 한국의 주권을 장악하고 자신들의 국익에 맞춰 통치하는 식민 당사국이었다. 그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본은 자원 수탈, 인력 수탈, 강제 징용 및 위안부 차출과 같은 용서하기 힘든 폭력을 행사했다. 지금도 생존 중인 피해자가 있고 구체적인 사례를 증언 중이기에 함부로 물러서는 안 되는 가치를, 손쉽게 일본에 팔고 이후 이의조차 제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박근혜 씨가 대통령직에 있던 2015년에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어이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마치고 역시 한국 정부가 손을 쓸 수 있는 길을 거두고 말았다. 오키나와 사회가 미국과 일본 정부에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권리를 주장할 때는, 비슷한 처지의 독립국가나 지역이 치른 과정을 겪어야만 한다. 그러나 전임 대통령들이 왕도 없는 이러한 과정을 밟는 동안에는 너무 허무하게 양보하지 말아야 할 것을 양보하고, 후일 이의 제기 여지를 닫아 놓는 등 나라와 합의 과정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놓았다. 비록 먼저 체결된 조약과 합의를 번복할 수는 없더라도, 앞으로 비슷하게 생길지 모를 진지하고 어려운 합의를 맺음에 있어서는 물러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를 쉽게 무르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국익과 국민의 권리에 있어서도, 앞으로 비슷한 과정을 겪어야 할 오키나와 사회에 있어서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세이다.
그리고, 새 대통령은 북중러 무력충돌과 도발을 조장하지 않고 동아시아 군비경쟁 부담을 더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육상전투였던 오키나와 전투 이래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이 오키나와를 지배하고 군사요새를 건설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북한·중국·러시아 등 (구) 공산주의 세력의 무력위협이다. 미국은 일본을 아시아의 전진기지로 삼고 오키나와에서 다시 전쟁을 준비하였다. 심지어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전력 일부를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차출해 이용하기도 했다.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는 단일화 선언 직전 참가한 후보자 토론회에서, 오키나와에 미국의 전술핵이 존재하는 것처럼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새 시대 동아시아 사회에서 오키나와가 더 이상 전쟁기지로 유린되어서는 안 되고, 현재 오키나와에 미국의 전술핵이 있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이미 오키나와의 상당수 시정촌은 자신들의 캐치프레이즈에 비핵·탈핵을 우선해서 걸고 있다. 그렇기에 안철수 전 후보의 오키나와 전술핵 주장은 오키나와의 행정가 및 현민의 입장을 무시한 오만방자한 처사이다. 새 시대의 동아시아 사회는 한·미·일과 북·중·러가 군사적 대립과 위협을 이어나가서도, 무력 충돌을 조장해서도 안 된다. 오키나와의 군사력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한·미·일과 북·중·러가 무력 도발과 군사적 위협을 그만두고, 병력과 전술무기가 평화에 어떤 기여도 하지 못한다는 깨달음과 합의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새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선제적 타격과 허약한 평화를 운운한 것은 한국 사회에도, 오키나와 사회에도 무척 아찔하고 뼈아프다. 오키나와 사회가 동아시아에 바라는 것은 항구적 평화와 군사력 경쟁의 중단이다. 새 대통령은 동아시아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힘쓰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것만이 미군기지로 신음하는 오키나와를 구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 대통령은 한국·미국·일본·유구(오키나와) 등 4개의 지역에서 일어나서는 안 됐을 역사적 비극을 슬피 여기고 재발 방지에 힘쓰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모든 사건사고는 책임자를 찾아 책임을 질 수 있을 수단을 청구하는 한편, 동일한 사건사고가 다시 벌어지지 않게 대책을 마련하여 항상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적 사건에 휘말려 소중한 사람을 잃었거나, 자신의 신체적 건강, 재산 등을 영영 되찾을 수 없게 된 사람이 있을 때는 그런 사건이 있었으며 그 사건이 당사자에게 무거운 일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인간적 도리이다. 오키나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현재까지 일본 영토인 곳에서 유일하게 육상전이 벌어진 땅이다. 그 이후 일방적인 미군기지 증설과 미군 사병이 일으키는 사고, 권리 박탈 등으로 인해 계속해서 희생을 치러야 했던 곳이 오키나와이고, 바로 50년 전 일본국으로 반환되기를, 또는 신생 독립국을 건설하기를 꿈꾸며 기대했던 현안도 미군기지의 축소로 더 이상의 비극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국가는 국민을 대내외적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해 국민과 계약한 사회적 집단이다. 그저 국민 위에 군림하여 국민이 국가에 대한 책무를 다하라고만 주장하기 전에, 국가가 국민에게 다하여야 할 책무가 무엇인지 잊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은 자국이 담당하는 국토와 국민뿐 아니라, 자신들을 온전히 대변할 수 없는 땅과 시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타국과의 교류에 있어 이런 비극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슬프게 여기는 것 또한 타국의 외교에 있어 선행하는 예의이자 외교 프로토콜이다. 새 대통령은,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민간인 피해, 주민 강제동원, 위안부 동원, 미군기지 부동산 권리 장전 운동, 미군기지의 토양오염·민간인 인명사고와 같은 지역 현안이 존재했음을 인정하고 오키나와의 민심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오키나와는 일본의 광역자치단체이다. 그러나, 비단 광역자치단체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이 일본과 구분되는 독자적 이웃세력으로서 교섭하고 사이 좋게 지내야 할 지역집단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제주 남방 해역 너머로 수출경제를 이어나가야 하는 한국 정부에게 있어 오키나와는 세계의 바다로 뻗어나가기 위해 통과해야 할 첫 관문이기도 하다. 일찍이 오키나와에 존재하였던 독립국가 유구 왕국은 자신들의 종에 한반도 세력을 본받았다고 새겼을 만큼 한국의 전신 국가들을 중요한 나라로 받들었다. 이러한 국가적 현실에 있어, 새로운 한국 대통령이 가져야 할 자세는 오키나와를 알고 그들의 현실을 인정하며, 한일외교와 한미외교 등 동아시아 주변국 외교 현안에 오키나와를 반드시 잊지 않는 것이다. 오키나와 사회가 한국 대통령을,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할 때 귀감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한국 대통령과 한국 사회가,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