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2022 영등포역 오딧세이 연재를 준비하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이런 노선제안도를 발견했습니다.
위 그림은 양창호 전 시의회 의원의 아이디어라고 합니다. 그는 2010년 선거부터 2018년 선거까지 한나라당-새누리당-바른미래당 순서로 공천받아 영등포구청장 선거에 계속 출마했었던 인물입니다. 아직 구청장으로 당선된 이력은 없으며, 올해 선거에는 국민의힘 경선에서 낙천해 출마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지할 수 없는 정당의 정치인이나, 이 분의 아이디어만큼은 가슴으로 공감하여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해당 노선제안도는 계속해서 서울시 도시계획에 등장하고 있는 경전철 목동선의 연장제안선입니다. 원래 계획상 종점역인 2·9호선 당산역을 출발해, 영중로를 달려 영등포역을 수직으로 뚫습니다. 그 다음 직선상으로 이어지는 영신로를 짧게 관통한 뒤, 신길로를 따라 7호선 신풍역까지 연장합니다. 해당 노선은 낯이 익으신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노선은 바로 IMF로 취소되었던 10호선 구간을 계승하는 노선입니다. 이 노선은 2호선과 함께, 영등포에 평행하게 흩어져 있던 날실 전철노선들(1·5·7·9호선)을 꿰는 씨실 역할을 합니다.
현재 신안산선이 신풍역에서 영등포역까지 유사한 선형으로 부설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신길로를 거의 따라가지 않고 우회하며, 영등포역 이북 구간은 10호선과 완전히 다른 경로로 결정됐지요. 10호선의 십자교차 환승역으로 예정된 신풍역과 영등포시장역의 환승통로 공간은 결국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했습니다. 위 노선제안도는 그렇게 버려진 공간을 포함, 10호선의 원래 계획 상당부분을 재활용해 영등포 부도심 내 전철망들을 묶어준다는 점에서 뜻깊습니다. 현재 강남에서 신분당선이 서로 평행하게 달리던 강남의 동서횡단 전철노선들(2·3·7·9호선)을 한데 묶어주는 것처럼 말이지요. 더불어 신도림까지 우회하는 기존 2호선을 대신해 최단거리로 영등포의 남북축을 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몇 가지 금상첨화가 될 추가 제안을 드려 보고 싶습니다.
첫 번째로, 해당 노선을 목동선의 연장선이 아닌, 일산 및 파주 방면 광역전철의 연장선으로 부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현재 목동선은 신월동과 목동 아파트 단지를 훑어 당산역까지 ㄷ자로 우회하는 굴곡 노선인데, 여기에 영등포역 경유 신풍역 연장선을 짓게 되면 또다시 우회해 ㄹ자를 긋게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현재 목동선의 설계도에선 신설 당산역 역사를 2호선 역사와 평행하게 짓게 되어 있는데, 당산역에서 영등포·신풍 방면으로 연장하려면 스위치백을 하거나, 노선 굴곡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고요. 이것을 목동선의 연장이 아닌, 한강 이북의 일산·파주 등 수도권 서북권으로의 광역철도 노선 연장으로 짓는다면, 현재 당산역 환승 버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도권 서북권과 한강 이남 사이 교통망에 숨통을 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제안은 바로 난곡선과의 직결입니다. 난곡선은 올해 5월 개통한 신림선의 지선 경전철 계획입니다. 보라매공원역부터 신대방역을 거쳐, 난곡동까지 이어지는데, 완공되면 현재 5호선처럼 보라매공원역 이남으론 배차간격이 늘게 되죠. 현재 목동선 연장제안은 신풍역에서 끝나는데, 이대로 끝난다면 앞서 소개한 ‘2호선을 대신해 최단거리로 영등포의 남북축을 잇기’라는 기능 수행이 절반에 그치고 맙니다. 그런데, 위 난곡선의 보라매공원역과 신풍역은 정말 가깝습니다. 보라매공원역과 신풍역 사이를 이으면, 2호선을 대신해 당산역과 신대방역 사이를 잇는 씨실의 역할을 완수할 수 있죠. 보라매공원역 전후를 개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 신림선 남쪽구간 배차간격의 부담을 덜 수도 있고, 난곡지선 배차간격의 형평도 맞출 수 있으며, 무엇보다 수도권 서남권에서 영등포역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곳이 많아진다는 것이 중요한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시 시장이나 군수와 달리 특별·광역시의 구청장은 철도노선을 독자적으로 계획·신설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 사실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서울특별시장이 아닌 구청장으로 이런 공약을 내걸었다면, 실제로 당선되었더라도 이룰 수 있었을 가능성을 높게 보기가 특별시장보다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치구는 자치구 하나뿐만이 아닌 인접한 여러 구·시·군과의 지지와 공조를 얻어 도시계획에 발언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자치구는 인접한 구·시·군과 함께 발전하지 혼자서만 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영등포구민이라면 영등포구 내의 교통 편의뿐만이 아니라, 영등포구를 찾을 범 영등포권 및 수도권 서남권 전체 주민이 편의를 누리고 만족할 방법을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영등포구를 항시 찾아야 하는 인접 지자체 주민들 또한, 영등포구를 쾌적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올릴 수 있어야겠지요.
개인적으로도 당산역과 영등포역을 오갈 때마다, 꼭 이 사이에 전철이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영등포구에 주민등록을 올려 본 바 없었음에도, 이런 전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를 모아 세상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산과 영등포역, 그리고 보라매공원과 영등포역 사이를 빠르게 이을 전철노선을 하루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경전철이든 광역철도가 되었든 상관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