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본 고향 산천: 고구동산 농구코트 동측 화장실

노들 영산

꿈에 본 고향 산천: 고구동산 농구코트 동측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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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아키텍츠: 고구동산 프로젝트

고구동산은 어디인가

고구동산은 한강 가까이 자리한 야산으로 노들나루 남동편을 에우고 있습니다. 본동초등학교와 동양중학교 뒤편, 강남초등학교와 중앙대학교 뒤편에 자리잡아 오랫동안 비밀 숲지대를 이뤘었지요. 이전에도 유원지로 사용되던 바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꼭대기를 평평하게 다듬고 근린공원으로 조성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입니다. 90년대 노들나루에 살던 시절에서는 이 곳을 뒷산 산책로라고 불렀었습니다. 약수터가 있고, 도시 복판에 ‘우리 동네에도 있는 뒷산’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자부심 높을 수 없었습니다.

고구동산 오른편 화장실: 이데아키텍츠

농구 코트 및 트랙에서 흑석동 방면을 바라보면 그 2000년대 이후 조성한 어떤 화장실이 있습니다. 고구동산에서 서초·강남·송파 등 서울 동남권을 조망하기 위한 비탈길이 오른편에 이어지는 곳인데, 고구동산 약수터 근처에 이전부터 세워 두었던 화장실과 견줘 도드라지고 넓다는 인상을 줬었습니다. 개방감 있는 곳에 자리해서 더 그렇게 보였겠지요. 이 화장실은 알고 보니 이데아키텍츠라고 하는 건축사 사무소에서 설계한 곳이었더라고요. 고구동산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글 맨 위에 소개한 이 화장실에 대한 해설을 읽어 보면, 화장실이 고구동산을 찾는 주민의 커뮤니티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현재 고구동산 공원에는 산책, 운동을 하러 오거나 소풍을 즐기는 동네 사람들(노들, 흑석, 상도)이 한데 모인다는 점을 의식한 듯합니다. 이제 이 곳에 친구나 지인을 만나러 오지는 않아서 그렇게 쓸 일이 있을까 싶지만😅, 여기가 만남의 기회를 기다리는 곳이란 건 의외의 방향이네요. 트랙 맞은편에 대청마루 같이 차려 놓은 곳이 있지만, 여기서 담소를 나누는 것을 보진 못했습니다. 그 대신 근처엔 고구동산에 자리 잡은 길고양이가 먹을 밥그릇과 물그릇을 두기도 합니다.

고구동산 트랙 남측 화장실 주변의 진짜 의의: 강남권 조망

사진은 2024년 4월 6일 고구동산 남측에서 서울 동남권(강남권)을 바라보고 찍은 것입니다.

사실 고구동산에서 이 영역을 찾는 목적은 앞서 말한 서울 동남권 조망입니다. 고구동산 전망대는 한강과 서울 도심 웬만한 마천루를 한꺼번에 모아볼 수 있는 곳이지만, 흔히 강남이라고 부르는 서울 동남권 영역은 가려서 전망대에서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 대신 서울 동남권의 역삼 파이낸스 센터, 국립중앙도서관, 법원, 검찰청, 코엑스, 타워팰리스 등을 조망하려면 전망대 대신 이 화장실 근처가 좋습니다. 해가 오전시간에 걸쳐 트는 방향이기 때문에 일출을 즐기는 재미도 있고요.

고구동산 조망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쓰고 싶습니다. 사실 노들나루 이야기를 꺼내면서 할 많은 부분은, 고구동산에 할애할 예정이기도 하니까, 앞으로도 고구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