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 9호선, 그러나 이 9호선은 ⑨호선의 멍에를 뒤집어 쓸 것인가?

개봉박두 9호선, 그러나 이 9호선은 ⑨호선의 멍에를 뒤집어 쓸 것인가?

노들 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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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면 서울에 아홉 번째 지하철 노선이 생깁니다. 이름하야 9호선 말이죠.

(2000년 2기 지하철 완공 이후 업데이트된 노선 목록-노선도 중심으로)

수도권의 도시철도로는 이전에도 1호선 연장, 중앙선의 분리(과거에 ‘국철’이라고 1호선 운행체계에 있었지만 2004년 이후 분리되었죠)같은 소소한(?) 업데이트(!)가 있어 왔지만, 이번만큼 파괴력이 강한 노선은 2000년의 6호선 1차 개통 이후 오랜만이죠. 더군다나 1호선과 중앙선은 노선 연장 당시 제 생활공간과 동떨어진 노선이었기 때문에, 별로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출처는 서울시메트로9호선.)

그래서인지 이번 9호선의 개통은 마치 거물급 스타와의 인터뷰를 기다리는 것처럼 흥분이 됩니다. 근황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시승식도 신청을 받기 시작했고요, 저희 형이 초등학교 과제를 낼 때 9호선 뉴스 기사를 써서 냈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네요. 하지만 벌써부터 이 노선의 치명적인 약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 많이 아쉽습니다. 오죽했으면 엔하위키와 디씨 철갤에서는 9호선의 이름에다가,

(출처는 여기입니다.)

이 친구(동방프로젝트의 치르노)의 별명인 ⑨를 붙여 ⑨호선이라는 이명을 쓰자는 의견까지 나왔을까요. 동방화영총의 설명서에서 붙은 ⑨라는 별명이 9호선까지 가다니,
개통은 하고 며칠만 다가나갔으면 스와코가 치르노를 먹었다가 시식을 할 준비를 마쳤을 예정이었겠습니다? 이에 ZUN신주는

하여간 개통 이후 발생할 수 있는 9호선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디씨 철갤의 Even_if님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내용 중심으로 나가겠습니다. 원래 아이디어를 제공하신 분도 Even_if님이시고요)

ㄱ. 이용료가 비싸다.

아시다시피 이 노선을 운영하는 회사는 민자 회사입니다. 일본 철도로 치면 사철이죠. 그런데 정부의 지원을 꼬박꼬박 받는 공기업과 달리 민자 회사는 정해진 기간 내에 수익을 내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회사측은 운임을 공영 구간보다 비싸게 받고 싶어하죠. (논산천안 고속도로나 대구부산 고속도로 같은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도로공사 운영구간보다 2배 이상 비싼 것도 그래서 그런 거죠.)

문제는 이것이 전 국민(정확히는 노선을 이용하는 수도권 주민들)의 소득 대비 교통비 비중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도 통학하느라 한 주에 만 원 이상을 깨먹죠. 한 학기면 닌텐도 DS 한 대를 사고 남을 돈이 날아갑니다. 1회 운임이 OECD 국가 사이에선 싸다는 900원인데도 말이죠.

안 그래도 비싼데 9호선 운영사측에서는 정신이 저 멀리 곤륜산으로 날아가는 기본 운임을 요구하고 있고, 불난 집에 부채격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 운임을 올리고 있죠. 처음에는 1100원을 요구했다가, 2009년이 되자 갑자기 1300원으로 요구액을 바꾸고, 그것도 모잘랐는지 올 4월엔 민자 운영법상의 마지노선인 1600원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무래도 9호선 운영사는 수요 법칙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경제 과목을 배우셨다면 아시겠지만,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준다는 사실에 따라 9호선의 수요는 운영사측이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줄어들 겁니다. 이미 인천공항철도라는 선례(인천공항철도는 환승할인 체계를 거부했고, 그나마도 인천공항-김포공항 사이의 운임을 완행은 3000원, 급행은 7000원이 넘게 받고 있죠. 그래서 그 결과 사람은 안 태우고 질소만 잘 태우고 있는 거)도 있고요.

어차피 국제 유가 문제랑 서메/도철의 수지 개선 문제, 물가 문제 때문에 지금의 운임을 올리긴 올려야 할 겁니다. 하지만 9호선이 기대만큼의 수익을 보려면 운임을 잘 생각하고 정해야 할 것입니다.

덤으로 운임이 1600원이 되면 여의도역이나 터미널역에서 중앙대(흑석역)를 오가는 학생(주5파 기준)은 1학기를 다닐 때마다 PSP 한 대에 (그것도 모잘라서) 타이틀 한 장을 박살내야 합니다.

ㄴ. 환승 시스템이 병맛이다.

이건 사실 9호선의 설계 미스라기보다는 1·2기 지하철 계획을 짜신 분들의 아둔함(내지 근시안적인 태도)을 까야 맞지만, 9호선의 책임도 일부 있기에 여기에 서술하겠습니다.

이번 개통 구간의 환승역은 다음과 같죠.















김포공항역(5호선, 인천공항철도)
당산역(2호선)
여의도역(5호선)
노량진역(1호선)
동작역(4호선)
고속터미널역(3호선, 7호선)


이 중 지혜롭게 9호선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 역은 인천공항철도의 김포공항역과 5호선의 여의도역입니다. 특히 여의도역은 5호선 시공 중에 9호선 승강장 공사까지 끝났죠. (여의도역의 지하 1층과 5호선 승강장이 있는 3층 사이의 빈 층이 바로 9호선용 공간) 또한 공항철도 김포공항역은 방향별 복층 섬식 구조라는 최강의 개념환승 구조를 채택한 걸로도 유명합니다. (공항철도-9호선 공항역의 특징은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하겠습니다)

자, 그럼 나머지 역들을 볼까요?

3호선 고속터미널역의 환승 거리는 50m, 당산역의 환승 거리는 70m로 매우 양호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다른 역들의 환승 거리를 보시면, 김포공항역(5호선)이 160m, 노량진역이 200m(그나마도 민자역사 짓는답시고 환승통로조차 안 만들었죠), 고속터미널역(7호선)이 220m, 동작역이 230m….


손발이 오그라드실 겁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옥수역의 환승 거리가 150m고, 대림역은 190m입니다. 엔하위키의 막장환승 문서에 옥수역은 올라가지 않았지만, 제 주변에서 옥수역을 이용하는 사람은 80% 이상이 환승거리가 길다고 불평을 합니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아무래도 이 노선은 환승하기 정말 짜증이 나는 노선이라는 낙인이 찍힐 거라는 이야기겠죠? 이 중에서도 9호선 내용에 까고 싶은 건 고속터미널역입니다. 지금 9호선 천장과 3호선 바닥 사이의 높이가 0.2m인데 시공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라는 개소리를 하는 언론이 있는데, 애초에 역 부지가 틀렸습니다.

그 이유는 이후의 노선 선형에 있는데,

자세히 보면 9호선과 7호선은 거울에 비친 듯이 서로 평행하게 달리다가, 갑자기 서로의 관통 도로를 맞바꾸죠. 좀 많이 황당합니다(…). 이럴 거면 아예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지을 생각을 못 했을까요? 일단 7호선 고속터미널역을 쌍섬식으로 지었다면 9호선과 7호선을 합류시켜서 금정역과 같은 구조를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7호선 바로 밑에 승강장을 더 만들어서 위아래로 환승이 가능하도록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무슨 심보로 공포의 ㄷ자 역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정말 용자가 따로 없습니다.

ㄷ. 1편성당 붙는 객차 칸 수가 너무 적다.

9호선은 4량 1편성(노선 완성시에는 6량 1편성)으로 운행하죠. 그런데 이 사람들, ㄱ에서도 말했듯이 수요 조사를 잘 안 한 것 같습니다. 4량 1편성은 수요가 정말 적은 노선에나 하는 편성(1호선 광명셔틀, 2호선 성수지선)인데, 이 노선의 거리와 환승역, 환승 노선을 보면 4량으로는 모자라거든요.

일례로 4량 운행을 하는 노선은 모두 13km도 안 되는 짧은 거리를 운행하는데(1호선 광명셔틀은 12.6km, 2호선 성수지선은 5.4km) 9호선은 신논현역에서 신목동까지만 가도 14km나 되죠. 게다가 광명셔틀의 환승역은 4개(신도림, 구로, 가산DC, 금천구청), 성수지선은 2개(성수, 신설동)인데 9호선은 6개입니다. 게다가 미치도록 적은 광명역 수요 때문에 승객이 적은 광명셔틀이나 5호선이라는 대안을 가지고 있는 성수지선과는 달리 9호선은 예상 수요가 훨씬 많죠(지하철 사각지대인 가양, 염창동 일대, 목동 북부, 흑석동, 구신반포 일대, 공항-강남 사이 수요 등등). 평시에는 괜찮겠지만 출퇴근시에는 2호선 신도림-삼성 구간 이상의 혼잡도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여간 근 5년 동안 큰 이슈가 없었던 서울의 도시철도사에 불어닥칠 9호선, 이 노선이 바보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아무래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 뒤에야 많은 이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는 병크가 없겠죠? 그럼 저는 다음 주에 있을 시승식을 기다리며 9호선이 저를 실망시키지 않길 기원합니다.

이상 영산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