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 앞으로 이 장르를 남에게 추천할 수 있겠는가?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개개인의 멋있거나 귀여운 면모도 많이 볼 수 있고 공리주의와 헌신을 노래하는 주인공도 사랑스럽고, 징그러울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한 도쿄의 그리운 풍경과 정겨움, 그리고 그 이상을 보여주는 도쿄 한복판의 도시철도까지. 모두 사랑스러운데, 용 눈에 눈동자가 없어 보이는 찝찝함,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플레이어들을 약올리는 공식의 뻔뻔함, 도무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작품 속 성 인지 감수성, 모든 문제를 종결하기 위한 거창한 무게감과 달리 맥빠지는 피드백 등은 제가 이 작품을 남에게 함부로 권하기 망설여지는 장애 요소가 될밖에 없겠네요. 성 인지 감수성 면에서는, 심지어 이것 때문에 2학기로 넘어가지 못하고 접은 분의 타래도 봤어요. 이 정도면 가벼이 볼 일은 아니죠. 정말 그야말로 ‘악마의 유혹‘임.
그럼에도 저는 처음 사랑했던 그 요소를 못 잃어서 앞으로도 계속 페르소나 시리즈의 팬덤을 지키고 또 전부터 계시던 분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고 싶네요. 정말 먼 길을 오랜 시간 쏟아부어서 빙글빙글 돌아오는 느낌이에요. 이 말을 하기엔 작품의 측면에서도, 제 처지로도 아직 성급하고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페르소나 장르 팬 여러분. 정말 오랜 기간 동안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기본적인 팬으로서의 기준을 맞추기까지 많은 불편을 끼쳤습니다. 이제서나마 넘버링 시리즈 하나를 겨우 마쳤으니, 앞으로도 더욱 이 작품을 사랑하고 열렬하게 화 내면서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이번 페르소나 5 1회차 플레이 종료 후 남기는 총평이었습니다. 질문이나 피드백, 그 외 재미있거나 비판받아야 할 이야기가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